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을 점령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를 장악한 뒤 수도 바그다드를 향해 남진하고 있다.
이 단체는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서 떨어져 나온 조직으로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유럽위원회(EC) 외교관계 담당 애널리스트인 줄리언 반스 데이시는 블룸버그와의 통화에서 "ISIL은 조직원 규모와 무기 면에서 상당한 위협"이라며 "이라크전쟁과 시리아 내전에 참여해 전투 경험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에 따르면 모술에서는 ISIL의 공세에 밀려 정부군 15만명이 수천정의 무기와 탱크, 헬리콥터 등을 버리고 주둔지를 이탈했다. 전체 주민의 25%가 넘는 50만명이 피란길에 나섰다.
시아파인 이라크의 누리 카말 알말리키 총리는 결사 항전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모술을 탈환하기 위해 신속한 대응에 나서겠다며 민병대를 동원해 정규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의회에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다.
주변국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특히 모술과 약 129km의 거리를 두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는 ISIL이 현지 외교관과 발전소 인력 등 80명을 인질로 삼고 있다며 이들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뭐든 한다는 방침이다. 터키 외교부는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NYT는 이날 이라크와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 정부가 지난달 ISIL의 공세에 밀려 미국 정부에 교전 지역에 대한 공습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라크 전쟁의 재발을 우려해 이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계적인 리스크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미국 정부가 장비나 훈련 측면에서 이라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테러 대응을 위한 기금으로 요청한 50억달러의 일부가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후세인이 집권하고 있던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뒤 2011년 말까지 현지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가 이라크 남부에 집중된 유전에 영향을 줄까봐 우려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라크의 석유 수출에 지장은 없지만 석유생산시설 유지보수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모술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ISIL의 교전으로 터키로 이어진 주요 석유 수송 파이프라인의 정비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이라크의 석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330만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