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평가협회는 12일 감정원의 한남더힐 타당성조사 결과와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협회는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감정원 조사 결과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검토하고 있으며 (감정원) 결정이 부적절했다고 판단되면 국토교통부에 징계를 요청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타당성조사 도중 조사위원회 실무단장이 갑자기 사직했고 조사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감정원은 실무 총책임자를 지방으로 전보조치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타당성조사 1차 심의를 앞두고 일정을 갑자기 변경하고 외부 심의위원 일부에게 심의 제외를 통보했다 취소하는가 하면 새로운 심의위원으로 3명을 추가했다"며 "심지어 2차 심의에서는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 심의 결과 '미흡'으로 결정되자 재투표를 기명으로 실시해 부적정 결론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감정원이 부적정 판정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협회 또다른 관계자는 "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은 감정원 스스로 공시한 '한남더힐'의 공동주택가격과 약 1.4∼2.0배 가량 차이가 있고 서울시내 유사 아파트와 비교해도 적정가격의 근거를 명확히 찾을 수 없다"며 "이번 타당성조사에서 거래사례비교법이 아닌 보조방식(원가·수익환원법)으로만 평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감정원의 적정가격 범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협회측은 "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의 중간가인 1조8300억원은 한남더힐 감정평가에 참여한 4개 법인의 감정평가 가격(1조1700억원∼2조5600억원)의 중간가격인 1조865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며 "감정원의 타당성조사가 심도 있고 객관적이라기보다 불성실하고 편의적이란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감정평가제도 도입 이후 최대 '사고'로 회자되는 서울리조트 사태도 다시 끄집어냈다. 감정원은 1994년 서울리조트가 담보로 제시한 부동산 가치를 519억원으로 평가했지만 법원경매에선 62억원으로 평가됐고 실제 경매에선 고작 20억원에 낙찰됐다. 감정원 평가액이 낙찰액의 25배에 달한 것.
협회측은 "이 사건으로 감정원은 2011년 174억원의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국토부는 감정원에 대해 아무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감정원의 타당성조사는 일반적인 형태의 감정평가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정원 타당성조사는 거래가격 산정을 위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 상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리조트건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현행법상 감정평가에 대한 징계시효는 5년"이라며 "20년전 징계를 하지 않은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 와서 징계 여부를 거론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감정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감정원 관계자는 "감정평가에 참여한 4개 법인이 원인을 제공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국토부가 감정원에 타당성조사를 의뢰해 5개월여에 걸쳐 면밀하게 조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협회가 언급한 문제들은 지난번 타당성조사 결과 발표 당시 일단락됐음에도 또 다시 같은 주장을 반복한 데 대해 공식 대응을 할 지 여부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