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게임의 시조는?…기원전 200년 '뱀주사위 게임'

딱TV 다콘  | 2014.06.11 09:22

[딱TV]디지털 세대는 모르는, 거의 모든 게임의 역사

편집자주 | '주사위 마니아' 다콘 - 어렸을 때만 즐겼던 주사위와 보드 게임, 그 속에 숨겨진 재밌고도 은밀한 역사를 읽어드리는 아날로그 오타쿠입니다.

온라인 게임의 역사는 불과 20~30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모태가 된 게임들의 역사는 인류의 기록 저편까지 이어진다. 캐주얼게임의 시조이자, 스티브 잡스가 꽃피운 '프리젠테이션'의 기원이 되는 '뱀주사위 게임', 그 역사를 돌아본다.


게임의 진화는 아이디어와 표현력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둘은 사실 따로 생각할 수 없는데 표현력이 진화해야 구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8방향 이동과 배경 스크롤을 구현해 이후 슈팅 게임의 이정표를 제시한 ‘제비우스’. 쉬운 조작과 호쾌한 액션으로 벨트 스크롤 격투 액션 게임 붐을 일으킨 ‘파이널 파이트’, 3D 격투 게임의 시대를 연 ‘버추어 파이터’.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이 발전에 따라 그래픽 표현력도 함께 발전했기 때문이다.

여기 인류 문명과 게임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표현력 진보의 상징과도 같은 게임이 하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여러분 모두 알고 있을 게임이기도 하다. 기원전 200년 인도 지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뱀과 사다리 게임’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말하자면 ‘뱀 주사위 놀이’ 되겠다.




이 게임은 참 쉽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전진하고 그 결과 사다리 아래에 도착하면 사다리 위까지 전진, 뱀 꼬리에 도착하면 뱀 머리까지 후진, 100에 먼저 도착하면 승리한다. 규칙은 그것으로 끝이며 게임의 승패는 100% 운으로 결정된다.

‘백게먼’ (지난 기사 참조)과 비교한다면 백게먼은 확률 기반의 사고를 중심으로 고민해야 할 거리가 많다. 일단 주사위를 굴린 다음에 어떤 말을 움직일지 골라야 한다. 가능한 말 2개 이상이 붙어 다니는 진형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백게먼과 이 게임의 간극은, 피처폰과 아이폰의 간극보다도 훨씬 크다. 그런 '초 구닥다리' 게임과 비교해도 뒤떨어지는 게임성의 작품이다.

그러나 뱀과 사다리 게임의 가치는 이전 게임보다 더 나아진 ‘표현력’에 있다. 그래픽의 중요함을 그 먼 과거에 이미 깨달은 것이다. 또한, 고속 상승과 고속 하강 이벤트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채로운 묘사가 가능한 것도 장점일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에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다.


(※ 3040 세대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 해봤을 30원짜리 '뱀주사위놀이'에서 가장 큰 고속 상승의 방법은 '간첩신고'였다)

↑추억의 '뱀주사위 놀이'. 가장 착한 일은 '간첩신고', 나쁜 일은 '소매치기'와 '불장난'


게다가 게임으로서 묘미가 부족하다는 단점은 접근성이 낮다는 장점이 되기도 해 세계 어린이들의 통과 의례와 같은 게임이 되었다. 말하자면 캐주얼 게임의 조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게임의 진화가 아이디어와 표현력의 역사라 할 때 아이디어의 시 수 있다.



게임이 가진 메시지를 유용하게 활용한 역사도 제법 깊다. 높으신 분과 대화할 때 게임을 프레젠테이션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파워포인트 같은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의 조상이 바로 이 뱀과 사다리 게임이기도 한 것이다.

시시해 보이기만 하는 뱀과 사다리 게임의 게임사적 의의를 고찰했다. 다음 시간에는 뱀과 사다리 게임의 상용화와 우리나라 군사독재 시절 도입된 추억의 뱀주사위놀이에 대해 고찰해보려 한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6월 11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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