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5명이 소방차 운전, 구급에 화재진압까지…"

머니투데이 이창명, 최동수 기자 | 2014.06.10 06:02

[the300] "인력증원 없이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상시 근무인원 부족"

(고양=뉴스1) 박정호 기자=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고양종합터미널 지하1층에서 화재가 발생, 구조 작업을 벌인 소방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4.5.26/뉴스1 (본 사진과 기사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불을 끄러 가야하는 소방관이 사비를 털어 소방용 장갑을 구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처우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방 소방센터의 경우 부족한 인원으로 초기 사고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해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국내 소방관들은 지난 2009년부터 3교대로 조를 편성해 1주일씩 번갈아 가면서 근무를 하고 있다. 한 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간근무만 하고 주말 이틀은 쉬지만 야간근무가 있는 2주간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한 뒤 비번을 선다. 비번근무는 휴무와 달리 비상시에 출동해야하는 비상 대기 상태를 말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근무가 이뤄지다보니 상시 대기 근무 중인 소방관은 총 편성된 인원의 3분의 1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아직 2교대가 남아 있을 정도로 지역별 편차가 커서 지방 소방관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높다.

서울지역의 경우 지역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적게는 27명 정도로 30명이 넘는 곳이 많다. 상시 대기인원은 8~10명으로 이 정도 수준은 맞춰야 최소한 초기 대응은 가능한 수준이라고 현장소방관들은 보고 있다. 인근 119안전센터와 거리도 비교적 가까워 협조도 빠른 편이다.

반면 지방 소방센터만 해도 인원 부족에 시름하고 있다. 남양주소방서 산하만 하더라도 지역 안전센터 중 가장 인원이 적은 곳은 16명으로 확인됐다. 20명이 넘는 곳은 8개의 안전센터 중 1개뿐이다. 그나마 교육이나 휴가로 자리를 비운 상황도 잦아 사실상 수도권인데도 비상시 대기인원은 5명에 그친다.

신고가 들어오면 불과 5명으로 차량운전과 구급, 화재진압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더욱이 지방 지역센터의 경우 넓은 지역을 관할하다보니 가장 가까운 지역 119안전센터와의 거리도 수십킬로미터씩 떨어져 있다. 이번 장성 요양병원 사고 때도 초기 대응에 나선 인원이 5명에 불과했다. 담당 소방서인 담양소방서는 관할지역이 곡성군과 담양군까지 포함된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소방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 서울의 한 일선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A소방관은 "지역 소방관이 적은 건 사실상 인구가 적기 때문"이라며 "보다 쉽게 설명하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면서 증원을 하지 않은 점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50시간으로 미국(42시간)과 프랑스(52시간)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근무시간만 줄이고 인원은 늘리지 않아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구급차 1대에 2명이 최소 인원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구급차 1대에 최소 탑승인원이 3~4명이다.

소방장비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국회 안전행정위 간사인 이찬열 의원실이 지난 2010년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당시 총 42종의 소방차량의 평균 노후율은 21.1%로 나타났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개인장비 중 안전장갑의 경우 부산에선 60%나 더 필요하다고 집계 됐을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현장 소방관들의 설명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낸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시민은 미국에 비해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나고 있다"며 "경찰 공무원은 10만명인데 소방공무원은 3만5000명에 그쳐 경찰 수준으로 소방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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