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을 보여주세요! '마크맨' 기자가 쓴 편지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 2014.06.07 11:08

[6·4선거]정몽준 새누리 서울시장 후보 동행취재기

"안녕하세요. 정을 몽땅 준 남자, 정몽준입니다." "안녕하세요. '알부자' 정몽준입니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가 알부자'라고 설명을 덧붙였죠.

부자와 '재벌 2세'.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던 정몽준에 대해 일반인들은 아마도 이 이미지로 그를 기억할 겁니다. 2조원대의 재산으로 공직자 재산공개 때마다 항상 1위를 차지하는 정치인. 바로 MJ입니다.

국민의 97%가 정몽준을 안다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그가 선거 기간 내내 말장난 같은 소개를 했어야 할 만큼 사람들은 정몽준을 잘 모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발전공기업 협력사 2014 청년일자리 박람회를 찾아 고등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편에 회색 티셔츠를 입고 필기하고 있는 사람이 기자 본인. 지난 두달간 이 정도 거리에서 정 후보를 관찰했다. /사진= 뉴스1
저는 지난 두달간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그리고 압도적인 표차로 김황식 전 총리를 누르고 당 후보로 선출된 MJ의 서울시장 도전기를 동행취재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를 포함한 기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습니다. '오늘은 말실수하는 것 없나'하고 말입니다. 과거 '버스비 70원' 발언 이후 지하철을 탈 때마다 "지하철 요금은 얼마인지 알고 있냐" 등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진 것도 그때문입니다.

사실 MJ는 '잘난 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현대중공업이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했고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FIFA 부회장을 13년이나 역임한 '국제적 명사'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안전'이 화두가 됐을 때 각종 다리와 노후건물을 들여다보던 그가 현장 관계자들에게 던진 질문은 프로다웠습니다.

그래서 선거운동이 진행될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보다 앞서던 지지율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도전자 입장에서는 현직 시장의 시정에 대해 비판을 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런데 선거가 막판에 다다를수록 '네거티브'는 심해졌습니다.


지하철 공기질 그리고 '농약 급식'은 경쟁자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정 후보 캠프 측은 그러다 박 후보의 부인에 대한 공세에 나섰습니다. 그가 유세 도중 박 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을 들어보이며 "통진당이 운영하는 서울시에서 살고 싶으세요?"라고 말했을 땐 '뜨아'했습니다. 이건 아니라고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만약에 야당이 정권을 잡고 있었다면, 만약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만약에 정 후보 막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면 승리했을 거라고요. 그러나 전 박 후보가 승리연설에서 말한 것처럼 '시민들이 낡은 것과의 결별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 후보가 당선 확정 후 자원봉사자로부터 선물받은 운동화를 목에 걸었지만 사실 '운동화'는 박 후보만 신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MJ캠프에도 자원봉사자는 많았습니다.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는 것은 정 후보가 당 경선과정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선거 기간 도중 한 정치평론가는 제게 말했습니다. "기자님은 자꾸 옳고 그름을 따지려고 하신다. 모든 정치는 선악의 대결이 아니다"라며 "네거티브는 먹힌다"고요.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는 '정몽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정몽준은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모르는 정치인일 수 있으니까요. 제가 기억하는 정몽준은 '소신남'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금기시되는 전술핵 보유를 주장하고, 청년정책의 상징 반값등록금의 '반값'이라는 용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 그리고 당시 '보수꼴통' 한나라당에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는 무리하게 적용되는 측면이 있기에 삭제돼야 한다는 소신발언까지 하는 사람 말입니다.

이제와서 보니 모두가 그의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거꾸로 그를 돋보여줄 수도 있었던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친절하게, 그리고 조금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설득을 했다면요. 다음번엔 정몽준의 생각, 그리고 정몽준이라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진짜 정몽준'이 누군지, 궁금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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