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밑 가스통·빗물속 전기선…150만명 찾는 명동 '안전구멍'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14.06.03 06:52

["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2부>"안전은 시스템이다">]<5-2>안전 사각지대 '명동'

지난달 30일 명동 노점 거리의 모습. 노점 박스 안에 설치된 가스통은 누출 시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노후화된 전선이 물과 옷가지 옆에 배치된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사진=김평화 기자
#지난달 30일 저녁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맞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인파로 가득 찼다. 거리엔 여느 때처럼 불법 노점상들이 늘어섰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파는 노점, 티셔츠 등 의류를 파는 노점 사이사이에 떡볶이, 꼬치 등을 파는 음식노점상이 배치됐다.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불판과 가스통도 눈에 띄었다. 가스통과 불판 사이의 거리는 30㎝ 정도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이날 100여개에 달하는 명동 노점은 저마다 조명을 밝히며 손님들을 끌고 있었다. 인접 건물에서 끌어온 전기선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 전기콘센트는 대부분 야외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비가 오는 날도 마찬가지다. 길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콘센트. 빗물이 고이면 자칫하면 행인들이 감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한민국 전역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난다. 사고의 공통점은 예방과 수습에 대한 매뉴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하루평균 150만명이 찾는 쇼핑의 '메카'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인 명동도 마찬가지. 안전의 관점에서 명동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명동의 안전을 관리해야 할 '책임자'가 없다. 노점은 '불법'이어서다. 정부 산하 안전관리기관에선 이들의 안전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 지금 이곳의 안전은 전적으로 노점상들의 '자발적 관리'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명동 노점 거리의 모습. 노점 박스 안에 설치된 가스통은 누출 시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노후화된 전선이 물과 옷가지 옆에 배치된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사진=김평화 기자

◇"불법 노점상은 안전할 권리가 없다?"…관리책임기관 없어

'액화가스를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사용자'는 가스안전공사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중구청은 도로법에 따라 행인들의 통행에 불편을 끼치는 부분만 관리한다. 전기안전공사는 '계량기'가 있는 곳만 단속한다.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한 건물은 소방재난본부의 관리대상도 아니다.

3일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LPG(액화석유가스)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 및 사업법'의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LPG를 '이동하면서 사용'하면 용기가스 사용자에서 제외된다. 해당 법 시행규칙에 따라서다. 장사를 마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노점은 공사의 관리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노점의 경우 LPG 용기공급자나 사용자가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며 "노점상은 불법인데 문제가 되니까 지자체별로 노점상을 단속하면서 동시에 안전관리 활동을 벌이고 있고 이는 구청 관할"이라고 설명했다.


노점은 소방재난본부의 관리영역에서도 벗어난다. 노점은 특정소방대상물이 아니다.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노점상의 전기안전을 점검할 근거가 없다. 노점상에 별도 계량기가 설치돼 있으면 전기안전공사에서 점검한다.

하지만 대부분 노점상에는 계량기가 없다. 대부분 인근 건물과 약정을 맺고 전기를 끌어온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노점상의 경우 불법이라 계량기를 달 수 없고 합동점검 등 법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단속의 책임은 서울 중구청으로 향한다. 구청의 단속 근거는 도로법이다.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길거리에 물건을 늘어놓는 것을 단속하는 것. 하지만 소방·안전시설은 중구청의 관리대상이 아니다. 결국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것이다.

◇자율에 맡긴다는데…효과 있을까

중구청은 이같은 상황을 인식해 지난달 23일 명동, 남대문, 동대문 등 지역별 노점상 대표를 모아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결과 소화기 비치, 정기 안전점검 실시, 문어발식 전선관리 지양, 자체 안전관리 교육 등의 대책이 나왔다. 구청은 일단 노점상들의 자구안에 안전을 맡기기로 했다.

회의 이후 명동 음식노점상들은 가스통을 눈에 보이지 않는 조리대 안쪽으로 옮겨놓았다. 이전까지는 가스통이 노점 바깥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행인들을 불안에 떨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치로 인해 안전 측면에선 더 위험해졌다는 지적이다.

김청균 한국가스학회장은 "가스통이 박스 안에 있으면 더 위험하다"며 "가스가 누출되면 밀폐된 공간에 모이고, 바로 인식할 수도 없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LPG 폭발사고는 대부분 취급 부주의로 일어난다"며 "점검을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맡겨두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구청 관계자는 "가스도 전기도 소방도 다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하니까 일단은 자율적인 노력이 최우선"이라며 "법적인 근거가 없어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자발적인 이행이 미흡할 경우 구청이 나서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명동 노점 거리의 모습. 노점 박스 안에 설치된 가스통은 누출 시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노후화된 전선이 물과 옷가지 옆에 배치된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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