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환율과 기관 틈에 낀 코스피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14.05.30 16:44

원화 강세 여파에 電·車↓…기관, 12거래일 중 하루 빼고 순매도 지속

5월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 지수는 끝내 2000선 안착에 실패했다. 원/달러 환율이 1020원선으로 내려앉았고 외국인이 2주만에 '팔자'로 핸들을 튼 여파가 컸다.

통상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국면에서는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한다. 하지만 통화 가치가 일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기업 수출이 타격을 받고 주식 가격이 비싸지면서 외국인이 이탈하기 시작한다. 이날 장세가 이 같은 정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外人, 14일만에 '순매도'..현대차 등 수출株↓=코스피지수는 30일 전 거래일 대비 17.30포인트(0.86%) 밀린 1994.96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13일 코스피가 1982.93로 거래를 마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꾸준히 순매수를 유지하며 지수를 떠받치던 외국인이 14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지수는 장 마감 몇 분을 남겨두고 2000 아래로 미끄러졌다. 외인이 '팔자'로 변심한 데에는 MSCI 이머징 상장지수펀드(ETF)의 정기 리밸런싱으로 장 막판 매물이 몰린 탓이 컸다.

하지만 이날 1020원를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다. 대표적인 수출주인 자동차와 조선업종이 속해 있는 운송장비 업종지수는 1.5%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목록에 포진한 자동차 3인방도 모두 약세로 마감했다. 현대차는 2.39% 하락했고 현대모비스기아차는 각각 1.20%, 1.01% 밀렸다.

또 다른 수출업종인 전기전자(IT)도 환율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IT업종 지수는 0.79%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는 3%대 급락했고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선 삼성전자가 1.16% 밀리며 사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만 인수합병 호재로 3%대 강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같은 수출주라도 외국인의 매매 형태는 종목별로 다소 엇갈렸다. 외국인은 이날 현대차를 6만4500주(144억8100만원) 순매도했지만 기아차는7만6300주, 현대모비스는 1만7400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1만1600주 순매도했고 SK하이닉스는 128만8000주 순매수했다. 현대미포조선은 2만8400주 매도우위를 보였다.


같은 수출주에 대해서도 외국인의 매매 대응이 달랐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가 이날 코스피 지수를 누르긴 했어도 크게 우려할 만한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외국인이 급격히 순매도로 돌아서기에는 국내외 여건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경상수지 흑자)을 반영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악재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하면서 "투자전략을 급하게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시황담당 연구원도 "오는 6월1일 발표될 중국 국가통계국(NBS)의 5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인 하루라 할 수 있다"며 "방향성을 단정하기 힘든 시점이지만 환율에 대해 크게 우려할 만한 분위긴 아니다"고 말했다.

◇기관, 하루 빼고 11일간 순매도..'팔자' 언제까지?=이날 외국인의 막판 매도 물량도 지수에 부담이 됐지만 기관의 끈질긴 '팔자' 공세가 지수 급락에 더 큰 역할을 했다.

그간 국내 증시는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의 수급 공방이 이어지는 현상이 전개됐다. 코스피지수 2000 안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접적 원인은 주식형펀드 환매에 따른 투신권의 매도세였다. 기관은 지난 28일 '반짝 순매수'를 보인 날을 제외하고 지난 14일부터 11거래일 동안 순매도를 이어오고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이번 달 지수가 2000을 돌파하면서 국내주식(ETF 제외)펀드에서는 약 1조1000억원이 순유출됐지만 2000을 넘어선 기간이 길어지면서 환매 규모가 소폭 줄었다"며 "점차 수급 부담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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