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버스 사고 '기계적 결함 없다'…풀리지 않는 의문점

뉴스1 제공  | 2014.05.30 16:05

경찰, "사고 버스 기계적 결함 없어, 급제동도 아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윤병현 송파경찰서 교통과장이 30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 회의실에서 송파버스사고 원인분석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윤 과장은 이날 "지난 3월 19일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일어난 버스사고에 대해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 공단 등 4개 기관이 합동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사고차량의 엔진제어장치(ECU) 및 변속제어장치(TCU)를 분석한 결과 급발진이나 다른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또한 "사고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운전자는 1차 사고 후 핸들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과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사고 당일 오후 졸음운전 횟수가 크게 증가 해 차량 속도를 감속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는 보조제동장치(리타더, 사이드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014.5.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경찰이 지난 3월 19명의 사상자를 낸 송파버스 사고 원인에 대해 '기계적 결함은 없다'는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파버스 1차 사고는 운전사 졸음운전, 2차 사고는 제동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등 운전사 부주의 등에 의해 발생했다고 30일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이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24년 경력의 베테랑 버스 운전사 염모(59)씨가 1·2차 사고 동안 왜 단 한번도 제동 시도를 하지 않았는지, 버스가 1차 사고 이후 어떠한 이유로 계속해서 가속됐는지 여부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 "사고 버스 기계적 결함 없어, 운전사 부주의 원인"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밤 11시42분쯤 송파구청 사거리에서의 1차 사고는 염씨의 졸음운전으로 인해 발생했다.

사고 발생 전인 오후 3시35분~오후 5시28분 동안 염씨의 졸음운전 징후는 5회였다. 그러나 사고 직전인 오후 9시56분~오후 11시41분 동안 졸음운전 징후는 34회로 증가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에 비해 제동장치인 리타더 브레이크 사용은 81회에서 20회, 사이드브레이크 사용은 32회에서 6회 등으로 감소했다.

경찰은 염씨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와 연이은 근무로 인해 피로가 누적됐고 이에 따라 염씨의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졸음운전 징후는 늘고 브레이크 사용 등의 횟수는 줄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1차 사고 69초 후 발생한 2차 사고 원인은 1차 사고로 인한 당혹감으로 인해 염씨가 제동장치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염씨가 제동장치를 사용했더라면 2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3318번 버스에서 회수한 ▲ECU(엔진제어장치) ▲TCU(기어변속장치) ▲가속페달 ▲브레이크 장치 ▲에어스위치 ▲제동 등 부품을 동일한 차종에 장착해 주행하면서 해당 차량의 운전기록과 사고 차량의 운전기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에서 기계적 결함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1차 사고 이후 22㎞/h 속도로 1138m를 69초 동안 운전하는 동안 염씨의 제동은 잠실사거리에서 우회전한 뒤 0.3초간 풋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전부다. 경찰은 풋브레이크 제동실험 결과 0.3초간 제동조치는 3~5㎞/h의 감속효과만이 있을 뿐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급격한 우회전으로 인해 차량이 쏠리면서 순간적으로 염씨의 발이 브레이크에 닿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풋브레이크는 물론 보조제동장치인 리타더와 사이드브레이크도 역시 염씨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파경찰서 제공) © News1



◇24년 경력 베테랑 운전사, 왜 버스를 멈추지 않았나

경찰은 사고 버스의 급발진 가능성에 대해 속도의 가속여부와 주행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급발진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지었다.

급발진은 자동차가 정지 혹은 매우 낮은 속도에서 주행하다 예상치 못한 제동력 상실상태에서 고출력(2500rpm)의 가속도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은 해당 버스의 경우 1차 사고 이후 28초 간 385m를 이동하는 동안 평균 속도는 49.5㎞로 당시 가속도는 0.053G(1G=9.8m/s)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당 버스의 최대 가속도인 0.1G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충분히 리타더, 사이드브레이크 등을 통해 제동이 가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급발진의 경우 기기 조사 등에 의해 확인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해당 차량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기계적 결함 등 급발진을 유발하는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이같은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운전경력 24년의 염씨가 1차 사고 이후 2차 사고까지 단 한 번의 제동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부주의'하게 운전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에 대한 대처가 가능했겠지만 염씨의 경우 피로 누적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며 "의도치 않게 1차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당혹감에 순간적으로 인지 판단이 정상적이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염씨가 사고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당시 상황 등에 대해 파악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고 버스에 탑승해 있던 승객 3명이 공통으로 사고 이후 염씨에 대해 '무표정했다'고 진술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경찰은 또 염씨가 1차 사고 이후 가속페달을 밟아 사고 버스의 속도가 22㎞에서 70㎞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가속페달을 밟은 것이 의도적이었는지, 당혹감에 의한 것인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결국 객관적인 기기, 자료 등을 통해 당시 염씨가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추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오후 11시42분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송파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달리던 시내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던 다른 시내버스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 News1 정회성 기자



◇급발진 분야 전문가 "기계적 결함 발견 못 한 것…'운전자 부주의' 추정일 뿐"

'급발진 아니다'라는 경찰 발표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가 운전자의 실수라는 완벽한 증거는 없다"며 "기계적인 결함이 없다기 보다 이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차량의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운전자 실수로 사고 원인을 추정한 것"이라며 "운행기록 등을 복원해 원인을 추정한 것일 뿐 완벽한 증거가 없기에 아쉬운 결과"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급발진이 아니다'라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승용차의 급발진이 인정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버스 급발진에 대한 주장은 사실상 이번 사고가 처음인 상황에서 기존의 승용차 급발진 기준을 버스에 적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와 승용차는 차체 무게자체와 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급발진으로 인한 행태도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또 '당혹감으로 인해 2차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고 당시 CCTV 등을 보면 운전사는 1차 사고 후 추가 사고를 회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는 등 노력한다"며 "이에 따라 긴 시간 동안 운전사가 브레이크 대산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발표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 경찰이 사고 차량의 부품을 다른 차량에 장착해 재현 실험을 한 것에 대해 "부품 몇 개만을 떼어 내 차량에 부착해 진행하는 실험은 무리수"라며 "제대로된 재현실험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이번 송파 버스 사고가 급발진에 의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면서도 "사고 버스에 자동변속기와 가솔린 엔진 등 급발진 위험 요소 등이 장착돼 있던 것은 맞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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