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연봉깨지고 인센티브 '싹둑', 울고 싶은 증권맨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최석환 기자 | 2014.05.30 08:47

주요 증권사 급여감소율 '뚝', 퇴사 직원도 이어져

'억대 연봉'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증권맨 전성시대가 사실상 저물었다.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직장을 떠난 직원들도 많지만 남아있는 직원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월급에 인센티브까지 싹둑 잘리면서 '1억 연봉 증권맨'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1억 연봉 증권맨 자취 감추나..급여 감소율 6~14%〓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주요 증권사 영업직원(남자)들은 지난해 급여가 평균 6∼14% 감소했다.

삼성증권 2011년 사업보고서(2011년 4월~2012년 3월)에 따르면 남자 직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이 위탁매매는 1억290만원, 기업영업은 1억1560만원이었다. 그러나 2012년(2012년 4월~2013년 3월)엔 각각 8995만원, 1억1259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2013년 4월~2013년 12월)엔 7815만원, 9727만원으로 한차례 더 낮아졌다. 증권사 지점에서 일하는 위탁매매 직원들의 급여는 2년간 4분의 1가량이 줄었다.

우리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본사 영업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2011년 1억2400만원에서 이듬해 1억900만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8800만원으로 낮아졌다. 2012년과 비교하면 월급이 3분이 1 가까이 줄었다.

대우증권은 리테일 부문(영업점 직원) 평균 급여가 2012년 9500만원에서 지난해 8600만원으로 9% 줄었고 관리부서는 7200만원으로 15% 감소했다.

모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동양증권의 상황은 처참하다. 영업직원은 지난해 1인당 평균 급여액이 6900만원에 그쳤다. '증권의 꽃'이라 불렸던 IB(투자은행) 부문은 이보다 적은 6700만원을 받았다.

전체 직원의 평균급여는 전년보다 12% 감소한 5700만원으로 증권업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암울하다. 급여 감소폭이 1년간 20~30%에 달한다고 토로하는 증권맨들이 많다. 특히 본사 지원부서의 급여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에서 13년째 근부하는 한 본사 직원은 "재작년까지는 연말 성과급이 3000만원 정도 나오면서 연봉이 1억원 가량 됐지만 지난해에는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급여가 7000만원으로 30% 줄었다"고 말했다.

◇증권맨 수난시대 지속...인센티브 급감에 퇴사 이어져〓증권맨 수난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비용·수익 구조'로 속속 전환하고 있어서다.

증권사는 대부분 직원 1인당 올려야 하는 수익 목표를 정해놓고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수익 목표를 상향조정하거나 금융자산 예탁이나 체크카드 판매 기준 등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현대증권의 한 직원은 "수익을 내는 지점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보면 되고 인센티브를 받을 정도로 실적을 올리는 직원들도 한 지점에 1명이 될까 한다"며 "대다수 직원들은 기본급만 받는 상황이라 1억 연봉은 꿈도 못꾼다"고 전했다.

한화투자증권에선 최근 300억원대 자산을 관리하던 지점 영업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일이 있었다. 이 직원은 퇴직금 1억원 가량을 챙긴 뒤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들과 함께 인근에 있는 다른 증권사 지점으로 옮겼다.

잘 나가던 그가 다른 증권사로 소속을 바꾼 이유는 인센티브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영업직원들을 대상으로 월과 분기, 반기별로 지급하는 개인 인센티브제를 운영해왔는데 올 들어 이를 1년에 한번 실적을 평가해 주는 조직 인센티브제로 바꿨다.

한화투자증권의 한 직원은 "개인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조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센티브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영업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된 게 사실"이라며 "고액 연봉을 받던 일부 직원들은 급여가 절반 이상 깎이면서 퇴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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