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연봉 증권맨 자취 감추나..급여 감소율 6~14%〓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주요 증권사 영업직원(남자)들은 지난해 급여가 평균 6∼14% 감소했다.
삼성증권 2011년 사업보고서(2011년 4월~2012년 3월)에 따르면 남자 직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이 위탁매매는 1억290만원, 기업영업은 1억1560만원이었다. 그러나 2012년(2012년 4월~2013년 3월)엔 각각 8995만원, 1억1259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2013년 4월~2013년 12월)엔 7815만원, 9727만원으로 한차례 더 낮아졌다. 증권사 지점에서 일하는 위탁매매 직원들의 급여는 2년간 4분의 1가량이 줄었다.
우리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본사 영업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2011년 1억2400만원에서 이듬해 1억900만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8800만원으로 낮아졌다. 2012년과 비교하면 월급이 3분이 1 가까이 줄었다.
대우증권은 리테일 부문(영업점 직원) 평균 급여가 2012년 9500만원에서 지난해 8600만원으로 9% 줄었고 관리부서는 7200만원으로 15% 감소했다.
모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동양증권의 상황은 처참하다. 영업직원은 지난해 1인당 평균 급여액이 6900만원에 그쳤다. '증권의 꽃'이라 불렸던 IB(투자은행) 부문은 이보다 적은 6700만원을 받았다.
전체 직원의 평균급여는 전년보다 12% 감소한 5700만원으로 증권업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암울하다. 급여 감소폭이 1년간 20~30%에 달한다고 토로하는 증권맨들이 많다. 특히 본사 지원부서의 급여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에서 13년째 근부하는 한 본사 직원은 "재작년까지는 연말 성과급이 3000만원 정도 나오면서 연봉이 1억원 가량 됐지만 지난해에는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급여가 7000만원으로 30% 줄었다"고 말했다.
◇증권맨 수난시대 지속...인센티브 급감에 퇴사 이어져〓증권맨 수난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비용·수익 구조'로 속속 전환하고 있어서다.
증권사는 대부분 직원 1인당 올려야 하는 수익 목표를 정해놓고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수익 목표를 상향조정하거나 금융자산 예탁이나 체크카드 판매 기준 등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현대증권의 한 직원은 "수익을 내는 지점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보면 되고 인센티브를 받을 정도로 실적을 올리는 직원들도 한 지점에 1명이 될까 한다"며 "대다수 직원들은 기본급만 받는 상황이라 1억 연봉은 꿈도 못꾼다"고 전했다.
한화투자증권에선 최근 300억원대 자산을 관리하던 지점 영업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일이 있었다. 이 직원은 퇴직금 1억원 가량을 챙긴 뒤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들과 함께 인근에 있는 다른 증권사 지점으로 옮겼다.
잘 나가던 그가 다른 증권사로 소속을 바꾼 이유는 인센티브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영업직원들을 대상으로 월과 분기, 반기별로 지급하는 개인 인센티브제를 운영해왔는데 올 들어 이를 1년에 한번 실적을 평가해 주는 조직 인센티브제로 바꿨다.
한화투자증권의 한 직원은 "개인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조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센티브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영업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된 게 사실"이라며 "고액 연봉을 받던 일부 직원들은 급여가 절반 이상 깎이면서 퇴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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