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치기 소년' 이랜드의 IPO 약속

머니투데이 유다정 기자 | 2014.05.30 06:50
 이랜드그룹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또다시 이랜드리테일의 IPO(기업공개)를 약속했다. 10년째 IPO를 하겠다는 말만 반복한 채 이행은 하지 않고 있어 이랜드그룹은 이미 자본시장에서 `양치기 소년돴으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이랜드리테일은 2004년에 교직원공제회를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며 3년내 IPO를 약속했다. 하지만 2006년에 대규모 차입을 통해 유통업체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재무구조가 약화되자 2011년으로 상장 시기를 늦췄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은 2011년이 다가와도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고 교직원공제회는 결국 투자금을 상환받고 떠났다. 교직원공제회가 떠난 자리는 우정사업본부, 새마을금고, 군인공제회 등이 채웠다. 이들 역시 2014년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랜드그룹의 말을 믿고 2000억원 어치의 RCPS를 인수했다.
 

이랜드그룹은 상장을 약속한 2014년도 5개월이 지난 현재 또 다시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미루고 RCPS 차환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2016년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겠다며 다소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이제는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상장예비심사는 청구했다 철회할 수 있어 IPO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역부족이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기독교의 십일조 원칙을 지키기 위해 순이익의 10%를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관계자들은 이랜드 계열사들이 상장하면 지금처럼 많은 금액을 기부할 경우 배당이 줄어들어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박 회장이 상장을 꺼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RCPS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IPO라는 미끼를 10년째 제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기관투자가들은 M&A(인수합병) 업계의 작은 거인인 이랜드그룹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작지만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인수해 꾸준히 실적을 키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차입금의 고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 해결할 수 있는 자금 문제를 왜 반복적인 차입금으로 돌려 막고 있는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진심으로 3년 후에 상장할 계획이라면 지금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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