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아버지 어머니를 살리려고 그랬나하는 생각도 들어요."
28일 장성 효나눔사랑실천요양병원 화재로 형 고(故) 장이식씨(53)를 잃은 장종식씨(46)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장씨는 3년 전 동생 종식씨와 바둑을 두던 도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치매증상까지 겹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1년 전부터 효사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엎친데 덮쳤다. 어머니 A씨(84)도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치매 초기였다. 4개월 전 "큰 아들이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와 함께 이 병원 3010호에 모셨다.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형은 급격히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수술 후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몸은 뛸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사고발생 나흘 전 동생 종식씨는 형을 간호하느라 지친 부모님을 모시고 시골에 다녀왔다. 부모님이 안 계시자 불안해진 형은 사흘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부모님 얼굴 보니까 형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좋다고 아버지·어머니 뺨을 때렸는데 형이 워낙 힘이 좋은 장사다보니…그래도 형은 부모님 얼굴 봐서 마음이 놓였는지 그날은 푹 자더라고요. 하필이면 불이 나던 날에…"
종식씨는 화가 난 부모님을 위해 그날 밤만 다른 병실로 두 분을 모셨다. 그렇게 두 분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형은 병실에서 외롭게 숨을 거뒀다.
"종식아, 이식이는 어딨니?" 그날 밤 아버지는 형의 병동에서 불이 나는 것을 목격한 이후 형의 안부를 계속 묻고 있다. 종식씨는 "병원에 있다"고 말하며 형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
"이미 1988년 해병대에서 휴가를 나온 둘째 형이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또 다시 형이 죽었다는 말을 어떻게 알려드려야할지…" 종식씨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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