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법 위반건축물 13만건…'안전'이 위협받는다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송학주 기자 | 2014.05.30 06:35

["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2부>"안전은 시스템이다">]<3-1>위반건축물


- 싼자재·소화시설 미비… 작은 불에도 취약, 벌금내면 그대로 방치
- 실태파악도 못해 "실제론 훨씬 더 많다"…옥탑방등 취약지 수두룩


그래픽=최헌정

#지난 4월 경기 구리시 수택동의 한 2층짜리 상가 건물 옥탑방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 옥탑방에 거주하던 10대 자매 2명이 숨졌다. 불이 난 건물은 지은 지 오래된 낡은 건물로 1층은 상가로, 2층은 옥탑방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화재 등 안전사고로 불법 용도변경과 증·개축, 시설물변경 등 '위반건축물'(불법건축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건축법을 어기고 지은 건축물은 화재 등 재난발생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함은 물론 피해보상 등 사후처리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반건축물'에 대한 관리·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제대로 된 실태파악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안전 사각지대 '위반건축물'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누적기준 위반건축물은 전국적으로 약 13만6515개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건축물(2012년 679만6239개)의 2%에 해당한다. 100개 건축물 중 2개는 불법으로 지은 셈이다.

위반건축물 적발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 3만6215건을 기록한 위반건축물 적발건수는 2011년 3만9597건에 이어 2012년에는 4만820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위반건축물은 더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옥탑방 등과 같은 불법 증·개축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발이 용이하지만 불법 용도변경이나 시설물변경 등 건축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것들은 현장조사나 주변 신고가 아니면 쉽게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위반건축물을 적발하고 관리·감독하는 국토부와 지자체들도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물 불법 용도변경 등은 실시간으로 알 방법이 없다"며 "주변에서 민원이 있어야 하거나 순찰을 돌다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현재 적발된 위반건축물들은 절차 위반이나 불법 증·개축이 대부분"이라며 "건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불법 용도변경이나 시설물변경 등은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벌금 내면 그만, 안전사고 위험은 '그대로'

위반건축물의 가장 큰 문제는 화재 등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불법으로 짓다보니 제대로 안전기준을 지킬 리 만무하고 싼 자재를 쓰거나 소화기, 비상구 등 기본적인 대비도 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지어 창문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작은 화재에도 소중한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

실제 2011년 경기 성남시 분당동에 소재한 3층짜리 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나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한 층에 한 가구가 거주하는 구조로 건축허가가 났지만 준공 후 두 가구가 거주토록 '방 쪼개기'를 한 위반건축물이었다. 구조변경이 출구를 차단해 사고를 키운 것이다.

사고 위험성이 높은 위반건축물들이 도처에 널려 있고 매년 증가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이행강제금이 전부다. 사실상 벌금만 내면 위험은 그대로 방치되는 구조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위반건축물이 적발되면 2차례에 걸쳐 원상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최소 2%에서 최대 50%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위반면적이나 내용을 기준으로 벌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제재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태조사, 처벌규정 강화해야"

위반건축물은 말 그대로 불법인 만큼 사고 이후 피해보상문제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 옥탑방 등에 세 들어 사는 서민들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위반건축물로 적발되면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를 당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전입신고나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게 보통이다.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떼이는 일도 다반사다.

전문가들은 안전 사각지대인 위반건축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실태조사와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건물주들이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방 쪼개기 등 불법건축을 자행한다"며 "임대소득보다 이행강제금이 많지 않다보니 '걸려도 그만'이란 생각에 안전은 등한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일일이 소형주택 불법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설계도와 준공검사단계에서 나중에 불법 개조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집중적으로 단속하거나 이행강제금을 올리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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