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엑스맨' 찍어내는 후속, 기대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4.05.24 07:40

[팝콘 사이언스-46]'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통해 본 생명공학의 진일보

편집자주 | 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영화 '엑스맨' 신작의 한 장면/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타워즈' 시리즈가 우주·천문 분야에 무관심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었다면, 엑스맨은 BT(생명공학기술) 분야, 특히 DNA 유전자 재조합 등의 유전공학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돌연변이'를 낮잡아 표현한 '뮤턴트'(mutant)들의 활약상을 주제로 한 엑스맨은 이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란 간판으로 새롭게 관객들을 만난다. 시리즈물 10년 역사의 한 획을 또 한 번 긋는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2000~2006년 시리즈와 함께 2011년 개봉한 프리퀄 시리즈 첫 편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연결되면서 BT분야 대표적인 SF물로 자리를 굳히는 모습이다.

이 작품의 흥행포인트는 새 영웅 캐릭터의 등장이다. 그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가가 최대 관심화두다. 시리즈 편수가 늘수록 팬들의 기대치는 한층 높아져 이제 평단에선 캐릭터 면면이 흥행 이어달리기에 제 몫을 할 수 있나 없나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

영화 '엑스맨' 신작의 한 장면/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개봉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전작과는 다른 갈등구조를 제시한다. 악과 선으로 나뉜 돌연변이 간 대결이 아닌 무차별 살육을 목적으로 하는 살인용 로봇 '센티널'과의 한판 승부를 다뤘다.

전체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화는 2023년, 센티널의 공격 때문에 뮤턴트들은 멸종위기에 몰린다. 초능력을 가진 엑스맨이 힘을 합쳐 센티널과 겨루지만, 돌연변이 능력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센티널과의 전투에서 매번 당하기만 한다. 센티널은 엑스맨인 미스틱의 DNA를 채취해 완성됐다. 때문에 모든 돌연변이의 초능력에 적응해 싸울 수 있다. 엑스맨들은 센티널의 맞서 그 어느 때보다 힘겹고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오랜 숙적이었던 엑스맨의 우두머리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와 매그니토(이언 매켈런)는 센티널의 파상공세에 맞설 해답을 과거에서 찾기 위해 시간여행을 보낼 수 있는 키티(엘런 페이지)의 능력을 이용, 울버린(휴 잭맨)을 센티널이 개발되기 직전인 1973년으로 되돌려 보낸다. 1973년~2023년을 오가는 이야기 설정 탓에 신·구 시리즈 엑스맨 캐릭터들이 총출동한다.

골수팬이라면 이번 작품에서 스톰(핼리 베리), 비스트(니컬라스 홀트), 키티 등 기존 멤버를 만나는 반가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스맨(숀 애시모어), 퀵실버(에번 피터스), 블링크(판빙빙) 등 새 멤버 등장만큼 흥분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블링크는 순간이동이 가능하고, 퀵실버는 초음속으로 움직이는 능력을 가졌다. 아이스맨은 아이스 슬라이딩을, 선스팟(에이단 칸토) 온몸에서 불을 내뿜는다.

엑스맨은 X염색체에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설정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당시엔 BT계 가장 핫(hot)한 이슈였다. 첫 작품이 시작될 무렵인 2000년, 과학기술계는 유전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DNA 지도’ 즉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했다.

류준영 기자의 팝콘 사이언스
하지만 지금 이 설정은 더 이상 관심을 끌만한 소재가 못된다. 그만큼 영화 설정 이상의 기술 진보를 이룬 탓이다.

현실에서의 돌연변이 얘기를 해보자. 후쿠시마 원전 사태때 세간의 가장 많이 나왔던 얘기는 "일본서 잡은 생선을 먹으면 후세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같은 풍문이었다.

방사능 수치가 낮더라도 특정 유전자에 오류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막대한 양의 방사성 물질은 인간 유전자를 변형시킬 확률이 높다. 실제로 1986년 소련 체르노빌에서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 기형아 출산이 크게 늘었다. 방사선이 세포 분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게 영향을 준 탓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돌연변이일 뿐이다.

돌연변이는 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한 형질의 신체 조건을 갖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세대가 반복되면서 이런 돌연변이는 보편적인 유전자가 된다.

예를 들어보자. 15만 년 전, 북부 유럽에서 금발 아기가 처음 태어난 뒤 이젠 미국·유럽에서 금발머리 아가씨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금발 여성은 남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탓에 금발 DNA 염색체는 무척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또 대를 이어 전달됐다. 기존 검은 머리보다 훨씬 더 환경적응에 유리한 돌연변이란 해석이다.

지금은 생명체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마음대로 자르고 붙이는 DNA 재조합 기술이 생겨나면서, 생명체에 대한 이해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특히 이 기술들은 인간의 오랜 관심사인 건강, 수명 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만, 한편에선 '인간 복제'라는 윤리적 차원의 문제도 함께 거론되는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BT 기술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 지금까지 바이오기술이 주로 유전자나 세포 수준에서 설계하고 만드는 생물학 기반의 기술이었다면, 앞으로는 공학 기술 기반의 바이오매뉴팩처링(biomanufacturing) 기술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 조직배양' 기술과 '바이오프린팅' 분야가 바이오매뉴팩처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조직배양기술은 생물체와 비생물체 소재를 이용해 인공조직이나 장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에 제품화할 수 있어 산업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급속한 발전을 보이는 3차원(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프린팅 기술 분야는 현재 인공 귀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아울러 이 기술은 줄기세포 연구로 응용범위가 더 넓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BT 전문가들은 줄기세포의 3D 프린팅 기술 개발로 세포 환경의 정밀제어가 가능해지면 앞으로 조직공학, 재생의학, 암치료까지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의 BT 기술을 반영한 엑스맨 후속작을 기대한다면 아마 이런 그림도 상상해 볼 수 있겠다. 3D프린터로 마구 찍어낸 엑스맨 악당 무리들의 등장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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