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맛집이 아니어도 괜찮아, 이렇게 맛있잖아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성찬 칼럼니스트 | 2014.06.04 11:08

[김성찬의 알리오올리오①]모두가 맛집에 열광할때 주변을 둘러보자

편집자주 | 맛집이 범람하고 갖가지 음식사진이 올라오는 시대다. 혼자 알기 아까운 맛집과 맛있는 음식 있으면 '알리오', 사진도 찍어 '올리오'.

/사진=김성찬
일본 음식이 유행이다. 번화가를 걷다 보면 일본식 덮밥과 카레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이자카야에서 일본식 안주에 맥주 한잔 걸치는 풍경도 익숙하다. 나도 일본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부타동', '규동'으로 불리는 덮밥류가 좋다. 술안주로는 볶음 우동인 '야끼소바', 일본식 닭튀김인 치킨 가라아게를 주로 먹는다. 원래 닭요리를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치킨 가라아게만은 예외다. 튀기는 방식이 우리와 다른지 색다른 맛이 있다. 순살 닭고기로 요리하니 입맛에 딱 맞는다. 술자리에서 몇 접시씩 주문해 지인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신문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이자카야 몇 군데를 다룬 특집 기사를 보게 됐다. 그 가운데 유독 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은 일본 드라마에 등장한 메뉴를 선보인다는 점에 관심이 갔다. 무엇보다 치킨 가라아게가 일품이라고 해서 더욱 끌렸다. 지인과 의기투합해 그날로 방문했다. 사실 맛집에는 시큰둥한 편이다. 미디어를 이용한 상술이란 인식이 컸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기피하는 성향 탓도 있다. 하지만 치킨 가라아게라면 얘기가 다르다. 기사를 맛깔나게 써서인지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다.

가게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자리 잡았다. 편하게 '이자카야 A'라고 부르겠다. '이자카야 A'를 방문하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총 3차례 시도 끝에 입장에 성공했다. 휴점하는 날인 줄 모르고 찾았다 2번이나 허탕을 쳤다. 아쉬운 김에 근처에 있는 다른 이자카야에 들어갔다. 이곳은 '이자카야 B'라 부르겠다. '이자카야 A'에 입성하던 날도 자리가 없어 '이자카야 B'에서 1차를 해야 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음식 맛은 성에 차지 않았다. 양은 적은데 비싸기까지 했다. 언론에 소개된 탓인지 사람이 많아 시끄러웠다. 지인에게 그렇게 가자고 졸랐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요즘은 치킨 가라아게가 생각날 때면 '이자카야 B'를 찾는다. 그집도 여느 이자카야와 마찬가지로 치킨 가라아게를 내놓는다. 꿩 대신 닭이라지만 웬걸 닭이 더 맛난 격이랄까. '이자카야 B'를 단골로 삼기 전에 여러 곳에서 치킨 가라아게를 먹어봤다. 같은 가라아게라도 매장마다 그 맛과 차림이 조금씩 달랐다. 사당역 5번 출구 쪽에 있는 한 이자카야는 가라아게를 파절임 위에 식초 섞인 간장 소스와 함께 준다. 식초의 시큼한 맛이 닭살의 텁텁함을 가셔준다. '이자카야 B'는 짭짤한 일본식 달걀 샐러드를 곁들인다. 닭고기만 먹기엔 입맛이 뜰 때 한 번씩 먹어주면 좋다. 거기에 맥주 한잔이면 일주일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다. 둘 다 이름난 맛집이 아니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자카야 B'를 알게 돼 좋은 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이촌동은 홍대, 강남역, 가로수길 등처럼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동네다. 흔히 불금과 같이 놀기 좋은 날 어느 동네 술집에 가든 붐비고 시끄러운데 '이자카야 B'는 그렇지 않다. 그곳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이지만 우리에게는 특별한 날에 찾는 아지트 같은 게 돼버렸다. 애초엔 맛집이 목표였지만 더 큰 걸 얻은 셈이다.


사실 맛집에 가길 원했지만 대신 갔던 옆 가게에서 만족감을 얻은 경우가 이번만은 아니다. 사당에 부추삼겹살로 유명한 맛집은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근처에 있는 원조가 아닌 가게에 들렀는데 맛있게 먹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다. 스마트폰의 선두주자는 아이폰이지만 지금은 어떤 면에서 삼성의 갤럭시가 더 낫다는 평도 있다.

세계 경제 발전을 이끈 건 선진국이어서 모든 성과를 독점할 것 같지만 후발주자의 모방으로 이제는 신흥경제국이 더 큰 주목을 받는다. 한국도 그렇지 않은가. 맛집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대중들이 맛집으로 꼽는데는 이유가 있을 테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독점이란 없다. 모두가 맛집에 열광할 때 주변을 둘러보자. 더 나은 걸 발견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굳이 맛집이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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