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어~으악!"…무인기 '잔혹하거나 친절하거나'

머니투데이 글=김민수 과학칼럼니스트  | 2014.05.18 08:39

[레알? 사이언스톡]배달·인터넷중계·정찰까지 전천후…'인공지능' 무인기 개발 로드맵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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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구역인 고도 2만 미터(m)를 유유히 날며 성층권에서 지구를 샅샅이 내려다본다.

인터넷 회선이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사막이나 오지 상공을 떠다니며 무선 인터넷 신호를 송출한다.

그런가 하면 피자를 주문하자 배달부가 오지 않고 꽉 막힌 교통 상황을 피해 정확한 시간에 집 앞에 피자를 내려다 놓는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은 무인 항공기(무인기)다. 최근 서해 백령도와 경기 파주시에서 북한의 것으로 확인되는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돼 떠들썩하면서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자료=kisti과학향기
이번 사태로 국내에서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2000년대 초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세계적으로 무인기에 대한 기술 개발 경쟁이 이미 치열한 상태다. 정찰이나 정밀한 타깃 공격 등 군용뿐만 아니라 재난재해 감시, 테러 현장 침투, 택배와 같은 다양한 목적에 따라 운용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51개국이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운용 중인 무인기도 이미 150종을 넘었다.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운용하는 군용 무인기 비율은 2005년 5%에서 2010년 41%로 크게 늘어났다. 항공 우주 관련 연구 기관인 틸 그룹(Teal Group Corp.)은 2023년 전 세계 무인기 시장 규모가 890억 달러(약 93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무선 컨트롤 시스템에서 위성 통신 중계까지

무인기 조종 원리는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모형 자동차나 모형 비행기와 기본적으로 같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중계에서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전에는 카메라 기자가 헬기를 직접 타 영상을 찍었지만 지금은 방송용 카메라를 무인기에 부착하는 ‘헬리캠’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소형 무인기는 무선 컨트롤 시스템을 이용한다. 특정 주파수의 전파 신호를 리모컨이 보내면 자동차나 비행기가 이 신호를 수신해 프로그램 된 대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조종할 수 있는 거리가 대략 수백 m에서 1km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수백 km 이상 활동 반경을 넓히는 군용 무인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위성 통신 중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상 통제소에서 위성으로 신호를 보내면 위성이 중계 역할을 해 무인기에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보통 항공기의 조종석이 있는 위치에 무인기는 광대역 위성 안테나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안테나가 받은 신호를 무인기 내 컴퓨터가 분석해 무인기를 자동으로 작동시킨다.

무인기가 자신의 위치를 인식할 때는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신호를 활용하는데, 이 때문에 2011년 12월 미국의 무인기 ‘센티넬(RQ-170)’을 이란이 포획했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이란 측은 지상에서 GPS 신호를 똑같이 쏴 무인기가 자신의 위치를 착각하게 만드는 'GPS 스푸핑' 기술을 이용해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무인기 '팔방미인'으로 진화


무인기는 군용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장에서 임무 수행 능력이나 성능이 가장 검증된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글로벌호크'(Global Hawk)는 지상으로 전파를 발사한 뒤 지표면의 굴곡이나 물체에 반사된 전파를 받아 영상을 만드는 합성 개구 레이더(SAR)를 비롯해 가시광선, 적외선을 식별할 수 있는 센서가 모두 달려 있다. 지상에 있는 30cm 크기의 물체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촘촘히 감시한다. 이와 함께 지상에서 움직이는 타깃만을 찾는 모드도 작동시킬 수 있어 더욱 위력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찰용 무인기가 위력적인 이유는 고도 500km에 떠있는 정찰 위성보다 더 뛰어난 정찰 능력 덕택이다. 위성은 지구 궤도를 돌기 때문에 한 곳을 24시간 실시간 감시하기 어렵다. 반면 무인기는 비행시간만 허락한다면 특정 지역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군용으로 출발한 무인기는 이제 팔방미인이 되고 있다. 인터넷 유통 업체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최대 2.3kg 무게의 짐을 싣고 최대 16km 떨어진 지역까지 물품을 배송하는 무인기를 선보였다. 피자 업체 도미노나 세계적 물류 기업인 DHL도 무인기를 활용한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테러 현장이나 기상 관측이나 재난 재해 감시에도 무인기는 폭넓게 활용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물질 누출 사태에서도 글로벌 호크는 원전 시설에 접근해 적외선 카메라로 원전 내부와 온도 등 필수적인 정보를 파악했다. 미국의 AAI 사가 만든 무인기 ‘에어로손데(Aerosonde)’는 허리케인 내부에 접근해 기상 자료를 수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페이스북은 무인기와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사막과 같은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무인기가 와이파이 공유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장 공을 들이는 기술은 체공 시간

미래 무인기 개발에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연료 문제 해결이다. 고고도(高高度, 지상 7,000에서 10,000m쯤의 높이) 첨단 무인기의 활동 고도는 성층권이기 때문에 산소가 희박해 연료 효율이 떨어진다. 중저고도 무인기도 임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래 떠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수소 연료 전지가 우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보잉 사의 '팬텀 아이'(Phantom Eye)나 에어로바이론먼트(AeroVironment) 사의 '글로벌 옵서버'(Global Observer)가 모두 수소 연료 전지 모터를 사용해 4일 이상 떠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작전 수행 능력은 물음표다. 영국 방위 산업체 키네틱 사의 무인기 '제퍼'(Zephyr)가 지난 2010년 7월 14일 21분 연속 비행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태양 전지를 날개에 달아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무인기도 나왔다. 미국 에어로바이론먼트 사의 '헬리오스'(Helios)다. 떠있는 상태에서 연료를 채우는 공중 급유 무인기도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조종하는 사람의 의중까지 읽을 수 있는 '인공지능' 무인기가 2030년대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은 무인기끼리 서로 통신하며 편대 비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공 지능 무인기 개발 로드맵을 세워놓았다.

우리나라의 무인기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무인기사업단을 중심으로 수직 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가능한 무인기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저중고도(6~18km)에서 운용하는 무인 정찰기와 타격기 개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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