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중독? 카톡으로 받은 아이들의 작별인사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 2014.05.16 09:23

[세월호 한달]학습 방해·유언비어 유포 '괴물'만이 아닌 청소년들의 또 다른 문화로

세월호 사고현장에서 피해 학생과 가족이 카카오톡을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39분. "누나, 배가 이상해. 쿵 소리 났어. 그동안 못해줘서 미안해. 엄마한테도 전해줘. 사랑해. 나 아빠한테 간다."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17분. 여객선 '세월호' 선내에서 단원고 학생의 마지막 카톡이 전송됐다. 그 즈음 전해진 또 하나의 카톡.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안내방송 이후 다른 안내방송을 해주지 않아요."

지난달 16일 진도 인근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 택했던 연락 수단은 평소 자신들이 즐겨 쓰던 카카오톡(이하 카톡)이었다. 한 학생이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막 해경이 왔대."

카톡으로 아이들과 연락해 왔던 실종자의 형은 카톡으로 동생의 안부를 물었다. "시키는대로만 빨리 움직이면 된다.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해 형한테." 확인 알림창에 표시된 숫자 '1'은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사랑한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못해줘서 미안해. 엄마한테도 전해줘. 사랑해." SNS(소셜네트워크)세대 아이들은 메신저를 통해 마지막 안부를 전하고 사랑을 전했다.

2001년 미국 맨하탄에서 발생한 911테러 당시에도 가족과 나눴던 휴대폰 통화나 문자메시지가 우리의 가슴을 울렸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처럼 실시간으로 가족들의 메시지가 공개되고 우리를 애달게 했던 적은 없었다. 국민들은 침몰하고 있는 배, 가족들이 희생자와 나눈 메시지를 보며 더욱 아픔을 공감했다.

아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은 모바일 메신저. 그동안 카톡을 비롯한 SNS는 아이들의 학습을 방해하고 스마트폰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로 치부돼왔다. 지난달에는 중고등학생 스마트폰 중독 잠재적 위험군이 20%를 넘어섰으며 이들이 사이버왕따 피해 및 가해를 유발한다는 조사도 잇달았다.


그러나 정작 위급한 순간에 아이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고 급박한 순간을 전달한 것은 모바일 메신저였다. 스마트폰 동영상이 없었다면 마지막까지 선실 내에서 애타게 구조 방송을 기다리던 아이들의 모습도 알 수 없었다. 구조 당국의 안일한 대처도 어쩌면 묻혔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올해부터 '재난현장 지휘 매뉴얼' 상에 카톡과 네이버 밴드를 비롯한 SNS를 사고발생 초기 공식 보고체계로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현장에서는 팩스나 이메일을 통한 보고에 시간이 걸리고 그마저 접수 당사자와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 수단으로 SNS 그룹채팅을 공식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명시했다는 설명이다.

침몰 당일인 16일 오전 8시 52분 119 상황실에 가장 먼저 걸려온 전화는 단원고 학생의 전화였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가정이지만,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를 묻던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이 만약 스마트폰 위치 추적을 통해 곧바로 배의 위치를 파악했더라면 조금이라도 희생자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구조 당국이 학생들의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혹은 문자메시지로 재빨리 선실에서 나오라고 할 수 있었다면 무책임한 선장이 선내 방송을 하지 않았더라도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학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괴물시'했던 스마트폰과 모바일 메신저. 이미 현 세대의 가장 활발한 소통 채널로 자리 잡은 이 최신 기술을 인정하고 이로운 활용 방안을 찾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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