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까지 150분간의 비극적 기록

머니투데이 목포(전남)=김유진 기자 | 2014.05.16 04:19

[세월호 한달]

지난달 15일 밤 9시, 짙은 안개가 낀 인천 연안터미널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등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제주로 출항했다.

다음날인 16일 오전, 세월호는 출항한 지 12시간이 채 되지 않아 진도 인근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하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배는 빠른 속도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6825톤급 대형 여객선인 세월호는 단 150분만에 바다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오전8시48분~9시7분: '쿵' 소리와 함께 선체가 기울다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서 급격한 변침으로 침몰을 시작한 지 4분이 지난 8시52분 탑승객인 단원고 학생이 촬영한 선내 동영상 캡처/ 사진=JTBC 방송 캡처

세월호에 이상이 생긴 것은 16일 오전 8시48분이다. 맹골수도에서 5도 변침을 하던 중 '쿵'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객실에 있던 승객들도 배의 이상을 느꼈다. 배에 타고 있던 단원고 2학년 고 최덕하군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8시52분,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처음으로 울려 퍼졌다. 최군의 신고를 접수받은 전남소방본부 상황실은 8시54분 목포해경에 신고 내용을 전달했다.

8시55분, 세월호 1등 항해사 강모씨가 20km 거리에 있는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아닌 90km가 떨어진 제주VTS에 교신을 했다. 도착지에 미리 주파수를 맞춰놓은 탓이었다. 진도VTS는 사고가 발생 17분만인 9시6분에야 제주VTS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세월호를 부르기 시작했다.

9시가 되자 제주VTS는 "인명들 구명조끼 착용하시고 퇴선할지도 모르니 준비 좀 해주십시오"라고 교신했으나 조타실에 있던 선원들은 이를 묵살했다. 조타실로부터 퇴선준비 조치 지시를 받지 못한 세월호 매니저는 계속해서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9시7분, 세월호와 교신에 성공한 진도VTS는 해경과 주변 어선에 구조를 요청했다. 같은 시간 선내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사고해역에서 18km 떨어져 있던 해경 함정은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9시30분~45분: 비정한 선원들 탈출…승객, 해경 도착한 줄도 몰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서 급격한 변침으로 침몰한 세월호의 오전 9시30분 모습/ 사진=해경 경비정 123정에서 촬영한 동영상 캡처(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해경의 헬기와 123정이 차례로 사고 현장에 도달한 시간은 9시30~35분경, 배는 이미 좌현으로 52도가량 기울어져 있었다. 해경 4명은 123정에서 보트를 타고 선체 가까이로 가, 구조를 시작했다.

123정은 방송으로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지시했으나 헬기 소리에 묻혔다. 3층 선내로 진입하는 문이 있는 좌현 쪽이 수면에 닿을 것처럼 기울어 있자 해경은 더 이상 접근하지 않고 보트를 돌렸다.

9시34분, 선장을 비롯한 조타실 내 선원 8명은 세월호가 52.2도로 기울면서 침수한계선이 수면에 잠긴 것을 보고 세월호가 곧 전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피명령을 더 이상 미루면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이 익사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9시37분,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이동하고 있고…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배가 60도 정도 좌현으로 기울어 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세월호와 진도연안VTS의 교신이 끊긴다. 당시 선체 기울기는 54도였다. 2분 후 탈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했던 기관장 박모씨 등 기관부 선원 7명이 3층 승무원실 쪽에서 처음으로 구조됐다.

9시42분에도 선체 내에서는 "현재 위치에서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승객들은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있던 자리에서 초조해하며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거나 동영상을 찍으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9시46분, 해경은 5층 조타실쪽 입구에서 소방호스를 타고 내려오는 8명의 선원을 차례로 구조했다. 선원 복을 입지 않은 선장 이준석씨(69)도 팬티 바람으로 구조됐다. 이들은 123정에 탑승하면서 자신들이 선장 또는 선원임을 밝히지 않고 세월호를 빠져나왔다. 이때까지만해도 배는 61.2도 가량 기울어져 있었다.

같은 시간 선미 쪽에서는 5명의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들어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경 한 명이 배에 올라 구명뗏목을 펼쳐보려고 시도, 구명뗏목 46개 중 겨우 2개를 바다에 투하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1개는 작동하지 않았고, 1개만 펼쳐졌다. 9시50분, 마지막 '선내 대기' 안내방송이 세월호에 울려 퍼졌다.

◇10시~11시18분: 순식간에 거꾸로 뒤집혀…선수 남기고 침몰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역에서 급격한 변침으로 침몰한 세월호의 오전 11시17분 모습/ 사진=해경 경비정 123정에서 촬영한 동영상 캡처(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10시에는 배가 65도 이상 심하게 기울었다. 지체되는 구조를 기다리다 못한 일부 승객들이 물이 이미 차오른 좌측 출입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다. 일부는 아직 물에 잠기지 않았던 우측 출입문을 통해 빠져나왔다. 체감 각도가 거의 수직이었기 때문에 많은 승객들은 겁이 나 탈출을 시도하지 못했다.

10시7분에 68.9도로 기울었던 세월호 선체는 2분 뒤인 10시9분에는 73.8도로 5도 가량 급격히 기울었다. 10시13분, 어업지도선과 단정, 해경 고무보트가 세월호의 선미 부근에서 단체로 나오는 승객들을 구조했다. 세월호는 구조하는 어민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기울어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10시17분, 기울어지던 선체가 108.1도로 전복되고 모든 갑판과 난간이 바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실질적으로 승객들이 탈출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됐다. 바다에 뛰어든 승객들은 수면 위에 나와 있는 난간을 간신히 붙잡고 버텨 구조됐다. 이 시간 단원고의 한 학생은 바닥이 돼버린 선채 벽을 딛고 부모에게 마지막 카카오톡 메지시를 보냈다.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1분 뒤 좌현이 완전히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우현이 수면에 닿으면서 우현 승객들 30여명이 탈출했다. "애기, 애기, 애기"라는 소리와 함께 제주에서 온 5살 권모양이 단원고 박호진군에게 안겨 구조됐다.

어업지도선은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떠 있는 승객들을 밧줄 등으로 구조했다. 2분 후, 세월호는 선수 부분만 조금 남기고 거의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이 시각이 오전 11시1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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