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0일, 시시각각 변했던 가족들의 표정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박소연 기자, 김민우 기자 | 2014.05.16 05:11

[세월호 한달]환희와 절망, 기대와 분노를 오간 30일 '팽목항'의 기록

전 국민을 분노와 슬픔, 충격에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30일. 그러나 누구보다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건 실종자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충격과 슬픔뿐 아니라 환희와 절망, 기대와 분노, 부러움과 외로움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격변을 감내해야 했다. 초유의 오보 사태와 더딘 구조·수색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다.

#충격

진도 여객선 침몰 당시의 사고 현장 사진. 16일 오전 8시 58분쯤 승객 447명과 승무원 24명을 태운 여객선이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중이라는 조난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뉴스1

지난달 16일 오전 9시20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해상에서 500여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조난신호를 보냈다는 '속보'가 뉴스를 장식했다. 침수로 인해 선박이 20도 기울었다는 것. 국민들은 경악했지만 실시간으로 뉴스를 지켜보며 구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배는 오전 10시쯤 90도 이상 기울더니 급격히 뒤집혔다.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환희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16일 오전 11시쯤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긴급 속보가 나와 많은 가족들이 환희에 휩싸였다. 정부는 이후 '오후 1시 기준 368명 구조'라고 발표했으나 모두 '오보'로 밝혀졌다. /사진=방송 캡쳐

오전 11시쯤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긴급속보가 나왔다. 많은 가족들이 가슴을 쓸어내렸고 학교 관계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대책본부는 '오후 1시 현재 368명 구조'라고 발표했다. 충격에 빠졌던 국민들은 안심하고 일상에 집중했다. 탑승객 가족들도 안도했다.

#절망

전남 진도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15일 진도군에 도착한 학부모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전원 구조'와 '368명 구조'는 곧 '오보'로 드러났다. 오후 1시20분쯤 선사 여직원 1명과 단원고 남학생 1명의 사망소식이 전해졌다. 오후 2시30분 학교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학생 구조인원은 77명'이라고 정정했다. 학교에 모여 발을 동동 구르던 학부모 300여명은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 진도로 이동했다. 가족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낙담했고 일부는 실신했다.

#기대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16일 밤 10시 현재 4명이 숨지고 284명이 실종된 가운데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이 바닷가 앞에 앉아 희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다. 가족들은 밤이 새도록 팽목항을 떠나지 않고 무사귀환을 빌었다. 선체가 기울면서 격실마다 에어포켓이 생성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생환에 대한 희망은 더 커졌다. 가족들은 담요 한 장과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바다만 바라보며 구조소식을 기다렸다.

#분노

세월호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을 출발해 청와대로 향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대교 검문소 2km 전방에서 경찰에 막히자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족들은 "우리 아이들 살려달라. 도로 점거 않고 인도로 갈 건데 왜 막느냐"며 진도대교 진입을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사진=뉴스1

구조당국의 무능에 기대는 분노로 변했다. 16일 오후 3시 이후 생존자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구조팀은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선체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탑승객 수와 구조자 수도 계속해서 번복됐다. 그사이 사망자수는 계속 늘어났다. 사고 사흘째인 19일 밤 11시 가족들은 청와대행을 결의했다. 눈물과 분노의 행진은 이튿날까지 1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슬픔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7일째인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희생자들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사진=뉴스1

분노는 어떤 일도 해주지 못했다. 살아있으리라 믿었던 가족들이 하나 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팽목항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가족들은 DNA를 채취하며 죽음에 대비해야 했다. 사고 닷새째, 구조팀이 객실에 처음 진입하면서 하루 20~30명씩 희생자들이 인양됐다. 매일 '사망자 종이'가 수십 장씩 붙었다. 팽목항 시신 임시안치소에서는 연일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초조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1일째인 2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 해역 쪽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내 가족은 언제 찾을까' 초조함은 커져갔다. 지난한 구조·수색의 나날들이 지속됐다. 가족들이 구조를 끝내달라고 요청했던 24일까지도 실종자는 100명 이상. 항의와 집단행동을 이어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고 10일째인 27일 주말을 전후해 기상악화와 물살이 빨라지는 '사리'가 겹쳐 시신 수습이 더욱 뜸해졌다.

#부러움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16일째인 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실종자 유가족을 만나고 있다 /사진=뉴스1

가족들은 긴 기다림에 지쳐갔다. 하루에 발견되는 희생자들이 한 자리 숫자로 줄면서 답답함이 커졌다. 사고 2주 이후 시신의 부패가 심해지면서 하루빨리 시신을 찾아 '얼굴 한 번 제대로 만져보는 것'이 최대 소망이 됐다. 시신과 유류품이 사고해역 바깥에서 발견되며 유실 우려가 현실화됐다. 가족의 주검을 안고 팽목항을 떠나는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외로움

세월호 침몰사고 23일째이자 어버이날인 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누군가 꽂아놓은 카네이션이 노란리본과 함께 매달려 있다. /사진=뉴스1

5월로 접어들면서 실종자 수는 4분의 1로 줄었다. 팽목항엔 빈자리가 늘었다. 동고동락했던 이들이 떠나며 남은 가족들의 외로움이 깊어졌다. 2차 수색도 막바지에 이르면서 '마지막까지 남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커져갔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실종자 가족들을 더욱 외로움에 사무치게 했다.

#두려움

세월호 침몰사고 26일째인 1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고 21일째, 66개 격실 중 미개방 격실 수색이 완료됐다. 실종자는 40명 이하로 줄었다. 구조팀은 재수색에 들어갔지만 희생자 수습은 더욱 더뎌졌다. 정부는 유실 방지대책을 더욱 강화했다. 한편에서 인양론이 고개를 들면서 '수색을 중단하면 어쩌나', '잊혀지면 어쩌나' 두려움이 커졌다.

#이성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가족지원상황실 앞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신속한 구조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사고 24일째, 사흘간 수색작업이 중단됐다. 정부가 예고한 15일 3차 수색기간이 이틀여만 남은 상황.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은 정부에 차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고 한 달, 가족들은 해경에 예측되는 상황에 대해 논리적으로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무엇보다 빠른 수색을 차분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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