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실라'가 공연 중인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가에 위치한 '요타 레욘'(Gota Lejon) 극장. 로비와 무대에서 뿜어내는 핑크빛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도발적이고 낯설지만 즐겁고 흥분된다. 배우는 물론 소품과 의상도 각기 춤을 추고, 버스도 360도 회전하며 춤을 춘다. 이쯤 되면 객석도 알아서 들썩이고 '무대가 춤춘다!'는 이 작품의 콘셉트를 실감하게 된다.
오는 7월 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을 앞둔 이 뮤지컬은 2006년 시드니에서 초연했으며 호주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꼽힌다. 동명의 호주 영화(1994)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기존에 히트한 수십 곡의 팝송과 버무려 다양한 볼거리에 이야기의 힘을 실었다.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인기 행진을 이어갔고 12번째 해외 프로덕션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주크박스 뮤지컬(인기 대중음악을 엮어 만든 뮤지컬)의 대명사 '맘마미아!'에 이어 대중의 감성과 추억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70~80년대 히트 팝 28곡이 극중 내내 객석의 귀를 즐겁게 하고 펌프질을 하기 때문. 웨더 걸스의 '잇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티나 터너의 '왓츠 러브 갓 투 두 위드 잇'(What's Love Got To Do With It),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Material Girl) 등 한 소절만 들어도 딱 알만한 히트곡들이 이어진다.
한국 공연 제작사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처음 작품을 봤을 때 노래에 먼저 반했다"며 "아바의 노래를 엮어 만든 '맘마미아'보다도 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인공들의 모호한 성정체성과 현란한 외모는 낯설지만 금세 친숙해 진다.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감성이 끈끈한 이야기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여장 남자 이야기가 과연 한국 관객들에게 또 먹힐까' 하는 부분은, 뮤지컬 '라카지'와 '헤드윅' 등으로 이미 검증 단계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물들의 성적정체성에 주목하기보다 오히려 가족애, 인간애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무대 중앙을 자리한 8.5톤짜리 '프리실라' 버스의 변신은 가히 압도적이다. 버스 전면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극의 흐름에 따라 온갖 화려함으로 모습을 달리한다. 구닥다리 회색 버스는 주인공들의 페인트칠 퍼포먼스와 함께 무지개 빛을 발하며 희망을 향해 달리는 '춤추는 버스'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오리지널 제작팀의 개리 맥퀸(Garry McQuinn) 프로듀서는 "이 작품의 성공비결은 버스도 의상도 아닌, '이야기'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관객들의 감성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보편적이면서도 따뜻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여름, 한국 관객과 무대를 춤추게 할 '프리실라'가 우리 정서와 사회상에 맞게 어떤 모습으로 감동으로 줄 수 있을까. 설앤컴퍼니 측은 20~30대 관객뿐 아니라 추억의 팝송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40~50대까지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 기대했다. 13세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1차 티켓오픈은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다. 5만~13만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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