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참사는 '설마'를 비집고 온다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 2014.05.13 05:39

지난 10일 낮 12시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도산대로 13길)에서 철거 중인 5층짜리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대 교통이 차단됐고 주민대피령까지 발령됐다. 특히 이번 사고로 가스배관이 터지면서 인근 약 2000가구의 가정에 가스 공급이 2시간가량 중단됐다.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되짚어보는 상황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너진 외벽이 가스배관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도 인도로 쏟아진 콘크리트와 철근 파편으로 인해 행인 등이 다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건축물과 관련된 안전불감증은 대형사고로 직결된다. 석달 전에도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 중이던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이 무너지면서 10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100여명 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과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에 발생했다. 마우나리조트 사고에선 한꺼번에 내린 눈이 지붕에 수십㎝ 쌓이도록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고 결국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붕이 무너져내리며 학생들을 덮쳤다. 여기에 강도가 떨어지는 저가 자재를 사용하고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패널 접합간격도 확장하는 등 규정을 어겼다.


가로수길 사고는 철거 전 가스배관을 차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철거업체가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 발생했다. 가스배관만 차단했더라도 2시간 동안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곳곳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한다. 특히 상당수 도시민이 일상을 보내는 건축물에는 수많은 안전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결국 건물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수많은 인명피해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법과 규정에 맞춰진 대로 기본만 지켰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들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도 다시 보고 꼼꼼히 점검해야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상상도 못할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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