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미국 금융회사 PNC자산관리가 퇴직자 1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2%가 별다른 계획 없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꺼내 쓴다'고 답했다. 또 조사 대상자의 35%는 퇴직 전에 예상했던 만큼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답했으나 31%는 아예 퇴직 후 생활비에 대해 예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PNC자산관리의 투자 이사인 조 제닝스는 "이상적으로 우리가 추천하는 것은 퇴직이 머지 않은 미래에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퇴직 후 수입이 얼마나 되고 지출은 얼마가 될지 계산해 퇴직하기 전이라도 그 수입과 지출로 살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 후 수입과 지출에 따라 미리 생활해봐야 그 수준이 자신에게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닝스는 "실제로 퇴직 후 예상 수입과 지출에 맞춰 생활하다 조정할 것이 있으면 퇴직 전에 미리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별 다른 계획 없이 돈을 인출해 쓰다가 나이가 들어 돈이 바닥 나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어진다. PNC자산관리의 설문조사에서도 53%가 죽기 전에 돈이 다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으며 사회보장연금(우리나라의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죽기 전에 돈을 다 쓸까 걱정하는 퇴직자들은 평균 금융자산이 22만5000달러였다. 이들은 59%가 대책으로 생활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고 41%는 예산을 신중하게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전문 사이트 마켓워치의 퇴직 전문 칼럼니스트 안드레아 쿰베스는 지출을 줄이고 예산을 세우는 것과 함께 퇴직 후 금융자산에서 어떻게 수입을 만들어낼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자산에서 수입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자산 배분이다. 채권과 주식은 물론 ELS(주가연계증권) 등 각종 구조화 상품까지 포함해 돈을 어떤 비율로 배분할 것인지 정하는 일이다.
흔히 채권(안전자산)과 주식(위험자산)에 자산을 배분할 때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 주식에 투자하면 된다다는 재테크 원칙이 있다. 예를들어 60세면 100에서 60을 뺀 40%를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원금보장 성향이 강해 주식이나 주식형펀드, ELS(주가연계증권) 등에 투자하는 비중이 극히 낮아 이 원칙은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
또 퇴직 직전에 모든 자산을 안전자산에 옮겨 놓은 뒤 퇴직 후 매년 조금씩 주식 자산을 늘려 나가는 것이 더 낫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다. 자산이 가장 많은 퇴직 초기에 주가 변동으로 인해 손실을 입으면 손실 규모가 너무 커질 수 있어 오히려 퇴직 초기에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자산으로 부동산을 구입해 임대소득을 얻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 다만 부동산은 비싸기 때문에 퇴직을 위해 모아뒀던 자금 대부분을 부동산 하나에 올인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은 리스크다. 부동산에 올인했는데 환경 변화로 임대소득이 줄어든다거나 아예 임대 수요를 찾기가 어려워진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대안이 없어진다.
자산 배분을 할 때 자신의 기대 수익률부터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들어 연간 6%의 수익을 기대한다면 은행 예금과 채권만으로는 기대수익률 달성이 불가능해 주식과 ELS(주가연계증권) 등 구조화 상품에도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 예금과 채권은 대략적인 수익 예측이 가능하다. 기대 수익률이 있다면 이런 안전자산의 수익률보다 얼마나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지에 따라 위험자산의 편입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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