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798 예술구'…공장지대에 예술가의 혼을 담다

머니투데이 조용만 어반트래블 대표 | 2014.05.10 15:37

[딱TV]사라지기 전 꼭 들러야 할 中베이징 예술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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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798 예술구'에는 예술가들의 혼이 가득하다. 한 때 황량했던 공장 지대가 예술가

웅장한 자금성과 천안문으로 알려진 곳. 중국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인 베이징. 세계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만리장성을 비롯해 서태후의 여름별장이었던 이화원 등 베이징은 역사적 도시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북서쪽 차오양구(朝阳区) 주센타오제다오(酒仙桥路4号) 다산쯔(大山子)에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 각지에서 하나 둘 씩 모여든 예술가들이 조성한 798 예술구가 있다.


798 예술구
Charlie fong 冯成 (CC-BY-SA-4.0,3.0,2.5,2.0,1.0)

굳이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파주의 헤이리 마을 정도가 되겠지만, 따져보면 근본은 아주 다르다. 헤이리 마을이 초기부터 계획적으로 건립된 곳이라면, 이곳 798 예술구는 원래 구(舊) 소련과 동독의 지원을 받아 건립된 군수공장이었다.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많은 공장이 사라졌다. 중국 정부는 전자산업 육성책으로 관련 업종들을 706, 707, 718, 751, 797, 798 여섯 개의 공장에서 운영했다. 글나 2000년대에 들어서 베이징을 비롯한 인근의 예술가들이 여러 공장 중 하나인 798공장을 임대하면서 예술가의 거리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회에서 아방가르드 예술은 대개 정부의 통제와 억압을 받기 마련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당시 예술가들은 도심 및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변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1995년 베이징 예술 중앙 학원이 저렴하고 작업이 충분한 공간을 찾던 중 지금은 없어진 706공장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후 2001년 798 예술구의 첫 번째 외국인인 텍사스 출신의 로버트 버넬이 서점과 출판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에 직원으로 중국인이 들어오면서 예술가들에게 작업장을 제공하고 예술가들을 보호하며 예술구의 초석을 다지게 된다.




빈약한 여건 속에서도 독일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건축물들과 하늘 높이 치솟은 굴뚝들은 언뜻 예술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 부조화 속에서도 현대적인 면을 보여준다. 동시에 외관 변형이 거의 없는 공장들은 예술가들의 독특한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갤러리들 또한 공장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공장이 내뿜는 특유의 차갑고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개성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예술적 공간이 차츰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는 발 빠르게 문화창의산업특구로 지정했고, 798 예술구는 중국의 이념을 탈피한 세계적인 예술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 모택동의 구호가 적힌 갤러리 천정


798 예술구가 지금까지 성장하는 데는 2003년도의 베이징 비엔날레와 2004년도의 다산쯔 국제 아트 페스티발(Dashanzi International Art Festival)의 영향이 가장 컸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예술 작품들은 대부분 일정 기간 후 교체되고 있지만, 거리나 건축물 전면에 있는 작품들은 당시에 설치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예술구도 계속 발전하고 방문객이 많아지자 원하지 않던 사회적, 경제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초기보다 카페와 레스토랑을 비롯한 상점들이 많이 늘어났으며, 예술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상업적 거리 안에 '몇 개쯤 있는 갤러리' 정도로 변질되고 있다.


798 예술구는 '커뮤니티 정신(Community Spirit)'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시를 원하는 예술가나 방문객들에게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받는다 하더라도 아주 소액으로 운영된다. 예술구 유지를 위한 기초 비용은 소니나 도요타 등 각종 기업의 행사와 유명 브랜드의 런칭쇼, 패션쇼 등을 통한 수익금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상업화를 추구하는 현실에 따라 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공항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798 예술구는 현재 공항 고속도로와 접근성 등을 놓고 볼 때 가까운 시일 내로 없어질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는 이곳을 신기술 산업단지로 개발하려 한다. 또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열기도 예술구에는 위협이 되고 있다. 이미 한쪽으로는 고급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

물론 작품들이야 어디론가 옮겨지겠지만 황폐했던 이곳에서 지난 십여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명성이 어느 순간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많은 예술가가 각종 로비와 사회활동으로 이를 막으려 하고 있지만, 부동산 개발이 가져다줄 이익 앞에서 얼마나 잘 견뎌낼지는 의문이다.




이곳에 전시된 회화, 조각 작품들은 서구적인 것도 많지만, 중국 특유의 개성을 지닌 작품들도 많다. 다양한 작품들은 다양한 해석과 담론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중국 예술의 숨겨진 가치를 세계로 알리는데 일조한다. 그래서 문화 특구로도 지정된 것일 테고. 그러나 중국 정부의 산업화에 대한 갈망이 큰 것은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798 예술구는 베이징 수도 공항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기 전이나 다시 공항으로 나올 때 방문하기 좋다. 다만 공항으로 가는 자투리 시간에 방문하는 것보다는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돌아보는 것이 좋다.

시내에서 이동할 때는 지하철 왕징역 1번 출구로 나와서 12번 버스를 타야 한다. 길이 낯설고 버스 정류장을 찾기 어렵다면 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으니 지하철역에서 택시를 타는 것도 좋다.

왕징역은 우리 교민과 주재원 가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한국 음식점이나 한국 술집 등이 많으며 주변에 여러 가지 관광 요소들이 많다. 798 예술구와 더불어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을 내서 돌아본다면 베이징의 색다른 일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5월 10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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