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도 된다는 '만병통치약' 비타민, 그 오해와 진실은?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14.05.10 09:00

[이지현의 헬스&웰빙]비타민의 모든 것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타면서 각종 비타민제를 만평통치약으로 믿고 매일 한 움큼씩 섭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비타민 효능을 과대 포장한 사기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한 식품제조업자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며 "비타민C를 1일 10g 이상 섭취하면 중풍, 당뇨병, 아토피, 암, 변비 등 질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다가 허위과장 광고로 적발됐다.

웃지 못할 상술이었지만 의외로 속아 넘어간 소비자들이 많았다. 해당 제품이 2년간 1억1000만원 어치나 팔린 것이 그렇다. 비타민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비타민은 과연 무엇일까?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의 김정아 혈액종양내과 교수에게 비타민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생명+유기화합물=비타민(vitamin)이라는 용어는 1912년 폴란드 생화학자인 캐시미어 풍크(Casimir Funk)가 처음 사용했다. 생명을 뜻하는 라틴어 '비타(vita)'와 유기화합물 일종인 '아민(amine)'이 합쳐 만든 용어다. 비타민 뒤에 A, B, C 등을 붙이는 명명법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비타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아민이다. 비타민을 발견했을 당시에는 성분을 제대로 알지 못해 모든 비타민에 아민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후 아민 외에 비타민의 성분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비타민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비타민은 생체에서 물질 대사나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비타민은 직접 에너지를 내거나 몸의 기관을 구성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몸이 각종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필수 조력자로 작용한다.

비타민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달리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한다. 효소나 효소의 역할을 보조하는 조효소의 구성성분이 돼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무기질의 대사에 관여한다. 효소나 조효소는 화학반응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비타민의 필요량은 적을 수밖에 없지만 적은 양이라도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기름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 과잉 섭취 시 부작용 생길수도=비타민에는 비타민 A와 B복합체(B1, B2, B3, B5, B6, B7, B9, B12), 비타민 C, 비타민 D, 비타민 E, 비타민 F, 비타민 K 등이 있다.

대부분 체내에서 전혀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음식 등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기능은 호르몬과 비슷하지만 호르몬은 신체 내분비기관에서 합성되는데 비해 비타민은 외부로부터 섭취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비타민을 분류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물에 녹느냐, 기름에 녹느냐다. 이에 따라 수용성과 지용성 비타민으로 나눈다.


수용성 비타민은 비타민 B복합체, 비타민 C, 비오틴, 폴산, 콜린, 이노시톨, 비타민 L, 비타민 P 등이 있다. 대부분 음식에서 섭취할 수 있고 일정량이 흡수되면 소변으로 자동 배설된다는 특징이 있다.

비타민 A, D, E, F, K, U는 지용성 비타민이다. 이들은 수용성 비타민보다 열에 강해 식품을 조리하거나 가공해도 손상이 덜 된다. 장 속에서 지방과 함께 흡수되며, 소변으로 배설되지 않고 몸에 축적된다. 이 때문에 과잉 섭취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비타민으로 암 예방? '글쎄'=비타민의 항암효과가 알려지며 비타민을 과다 복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비타민의 암 예방 효과에 대해 김정아 교수는 "항상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비타민 복용을 통해 암을 예방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암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 D는 암 예방 효과가 잘 알려진 대표적인 비타민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비타민 D가 대장암 예방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하지만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등 다른 암은 아직 비타민의 예방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토코페롤로 잘 알려진 비타민 E의 경우도 암 예방 효과를 놓고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추가 연구에서는 알파 토코페롤이 전립선을 예방하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나오기 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알파 토코페롤이 암을 예방하지 않을 뿐더러 심부전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토코페롤 복용은 더 이상 권장되지 않는다.

피부노화를 막는다고 알려진 레티놀은 비타민 A도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A를 복용하는 흡연자는 폐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흡연자는 비타민 A 복용도 삼가야 한다.

비타민 B6인 엽산은 야채나 과일, 곡류에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이 복용하면 신경관 결손을 가진 기형아 출산위험을 낮춰주는 비타민이다. 알콜성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 역시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엽산 복용이 과다하면 전립선암과 대장 선종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유방암 발생 가능성도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현재 엽산은 식품에 포함된 형태로만 복용하도록 장려되고 있다.

김정아 교수는 "미국에서는 전체 암환자의 33%가 복합비타민을 복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하지만 비타민이 단독으로 암을 치료하거나 암 치료 후 복용하는 비타민이 암의 재발을 억제했다는 보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분별한 비타민 섭취보다는 정확한 사실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올바른 비타민을 적당량 복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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