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선 의료 등 '구체적 복지', 증세 거부감 덜해"

머니투데이 런던(영국)=나윤정 기자 | 2014.05.02 06:55

베넷 옥스퍼드대 연구원 "왜 얼마나 필요한지 명확히 밝혀야"

영국 무상의료시스템인 '국민건강보험'(NHS)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험대에 올랐다. 영국 정부가 NHS에 지원하는 연간 자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예산의 19%에 달한다. 경기후퇴에 따른 세수감소로 긴축재정을 펴는 정부로선 NHS 부담이 가볍지 않다.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복지연금 및 NHS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영국 정부는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집권한 후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내세워 NHS조직을 간소화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NHS의 기본정신인 공공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급진적' 조치로 해석됐다.

국민과 의료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반대가 상당했다. 그러나 캐머런정부는 지난해 4월 10개 대진료권역을 관리하는 전략보건당국(Strategic Health Authority)과 152개 중진료권역을 관리하는 1차 의료트러스트(Primary Care Trust)를 없앴다. 이들 2가지는 NHS 지방조직의 근간이자 NHS 전체 예산의 80%가 집중된 곳이다. 이 과정에서 2만명 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영국 정부는 이들 조직을 대신해 지역 개원의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지역의료를 담당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모든 공공병원 운영을 독립채산제로 바꿔 병원간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보건부(한국의 보건복지부에 해당) 장관의 병원관리·감독권도 민간이 참여하는 전문가집단에 위임했다. 영국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지만 점진적으로 민영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최근에는 예산축소로 문을 닫거나 의료인력을 줄인 사례가 잇따르는 등 부작용도 나타난다. 영국 정부는 관리직 등을 줄이는 대신 의료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조직은 확대했다.


프란 베넷 옥스퍼드대 선임연구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사회정책학을 강의하는 프란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여기자협회 '이슈포럼' 참석자들과 만나 "영국 국민들이 세금 자체에는 거부감을 느끼더라도 국민보험(NI)이나 NHS 등에 드는 '구체적인 복지비용'에는 반발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금을 낸 만큼 복지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몇 년 전 복지에서 왜 세금이 금기시되는지를 연구한 적이 있는데 정부가 무슨 이유로 세금이 더 필요하고 어떻게, 얼마나 걷을지를 명확히 밝히면 오히려 국민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의식하지 못하도록 간접세 등을 부과하는 경우 국민들은 곧 이를 간파해 조세조항이 커진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유럽 복지제도를 설명한 실렙 카이저 옥스퍼드대 교수는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과 스웨덴 등은 세금을 충분히 걷어 복지에 성공한 반면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복지수준보다 세금을 덜 걷음으로써 사회적 비용 대비 높은 빈곤율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성장은 무한정 계속될 수 없고 재정운용의 효율화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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