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싱글의 삶,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머니투데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 2014.04.26 05:40
한국 사회에서 가족해체가 급격하게 진행된 것은 1997년 말의 IMF 외환위기 직후다. 가족해체나 남녀의 이합집산이 심해질수록 단란한 가정이나 연애에 대한 욕구는 증대하기 마련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가시고기'(조창인)나 '국화꽃 향기'(김하인) 같은 순애(純愛) 소설이 폭발적 성장세를 이뤘다. 또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욕구가 증대하는 바람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존 그레이)는 1997년에 3만 부 판매에 그쳤지만 점차 판매부수가 폭증해 2002년에는 30만 부나 팔렸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가 터졌을 때도 삶의 덧없음을 절감한 대중이 어떻게든 가족을 이루려는 욕구를 크게 발산시켰다. 한때 커플링을 포함한 약혼과 결혼반지의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다. 대형재난이 결혼 문턱을 낮추면서까지 가족을 꾸리려는 욕구와 동거의 확산을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연인사이의 애틋한 감정도 되살아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장기불황으로 인한 비정규직의 증가는 연애→결혼→출산→분가→양육의 전통적인 패턴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그래서 늘어나는 것이 싱글턴(singleton, 1인 가구)이다. 2013년에 이미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25.9%나 차지할 정도가 되자 1인 가구를 겨냥한 '솔로 이코노미'가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혼자서 안락함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나홀로 라운징'(Alone with Lounging)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출판시장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나홀로 라운징'을 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책들의 출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문요한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더난출판)에서 "집단주의 시대가 문을 닫고 개인주의 시대가 열리는 바람에 자신이 중심이 되어 관계를 만들고 네트워킹을 이루어가는 '신노마드'(신유목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작년 하반기에 싱글로서의 삶을 긍정적으로 조명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노명우, 사월의책)가 화제가 된 이후 자신을 직시하여 한계를 깨는 수신(修身)의 길을 알려주는 '나를 지켜낸다는 것'(팡차오후이, 위즈덤하우스), 돈만 외치는 망가진 세상에서 두려움 없이 '나'로 사는 법을 알려주는 '두려움과의 대화'(톰 새디악, 샨티)가 나왔다. 또 누구에게나 하나쯤 박혀 있는 마음의 못인 콤플렉스를 신화, 문학, 그림을 곁들여 설명하는 '마음에 박힌 못 하나'(곽금주, 쌤앤파커스), 대체 불가능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온 챌린저들의 삶을 조명한 '나는 다르게 살겠다'(이나리, 어크로스) 등 싱글턴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주면서 '나'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책들의 출간이 크게 늘어났다.

정신과 의사 문요한은 '개인화'는 "거대한 메가트렌드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밖에 없다. 싱글인 그대여! 이 도도한 물결을 타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 이 책들을 살펴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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