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헌화…"돌아와라 아들 딸, 미안해, 미안해"

머니투데이 안산(경기)=박소연 기자 | 2014.04.23 14:09

[세월호 침몰 8일째]안산실내체육관 '임시합동분향소' 시민들 발길 이어져

23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에 한 조문객이 영정 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돌아와라 아들 딸, 미안하구나"

23일 오전 9시 임시 합동분향소 제단 앞. 한 어머니의 통곡이 비장한 클래식 선율을 가르고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제단 양옆 대형화면 속 영정사진에는 미처 피지 못하고 희생된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밝고 앳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울었다.

이날 오전 안산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책가방을 멘 학생들부터 아이, 어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의 시민들이 세월호 침몰사고에 희생된 안산 단원고 교사와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 분향소를 찾았다.

체육관 정면 가로 40단, 세로 6단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제단에는 학생과 교사 22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졌다. 조문객들은 차례로 줄서 제단에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오열과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23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 앞 '친구들에게 한마디' 공간에 적힌 메시지. /사진=박소연 기자

체육관 입구 양쪽에는 고인들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공간이 마련됐다. 화이트보드에 '무사히 돌아오시길 기도합니다', '희망을 믿습니다' 등 애절한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오전 9시부터 이어진 추모객 행렬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길게 늘어섰다. 희생자들의 지인뿐 아니라 애도에 동참하고자 자발적으로 전국 곳곳에서 온 이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수원에서 온 대학생 이성호씨(23)는 "저희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잘못 아닌가, 내 무관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한 외국인회사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황경선씨(44)는 업무차 안산에 왔다가 스케줄을 조정해 분향소를 찾았다. 황씨는 "자녀 2명의 아빠로서 너무 화가 나고 미안한데 찬 바다에 있을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 말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왔다"며 "전 세계에 있는 동료 직원들과 7살짜리 아들을 대신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안산 지역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 지역 대안학교 학생 30여명과 안산시 생활체육회 회원 수십 명도 검은 '근조' 리본을 웃옷에 달고 헌화를 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학생 2명과 같은 아파트단지에 살았다는 김양우씨(51·여)는 "평소 아주 발랄하고 착실하게 생활하는 효녀들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지역주민들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일상생활이 중단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한 집 건너 한 집 피해를 당해 그들 부모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영정 사진 앞에 서 있다. /사진=뉴스1

안산시 어린이집 원장인 김경희씨(51·여)는 "내가 키운 자식들을 떠나보내는 듯 아픈 마음"이라며 "이 학생들 어찌 보면 제도에 의해 희생된 애들이다. 상심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강민규(52) 교감선생님의 지인도 분향소를 찾았다. 학부모 엄미경씨(56·여)는 "8년 전 교감선생님께서 원곡고에서 우리 아이 도덕과목을 가르치셨다"며 "유독 강직하시고 책임감이 강하고 훌륭한 분이셨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경기도와 안산시는 조문객들을 지원하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료 셔틀버스 8대를 운영하고 있다.

셔틀버스는 △고장동-선부동-합동분향소 △와동-합동분향소 2개 시내코스와 대형 주차장이 있는 문화예술전당(500면)과 와스타디움(300면), 화랑유원지(300면) 등 3개 주차장 순환코스 등 총 5개 코스로 운영된다. 시내코스는 30분, 주차장 순한코스는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전날까지 발인을 마친 학생과 교사 23명 중 22명의 영정과 위패를 임시분향소에 모셨으며, 이날 장례식을 치르는 25명의 영정과 위패도 추후 안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동대책본부는 "조문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아 안산 지역 학생들의 분향을 체험학습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임시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 수는 오후 1시45분 현재 260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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