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침몰한다" 전화받은 아내, 탑승자 명단 보고 '황당'

머니투데이 목포(전남)=최동수 기자 | 2014.04.22 19:58

[세월호 침몰 7일째] 조선족 재중동포 가족의 눈물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전단(UDT/SEAL) 소속의 잠수사를 포함한 민관군 잠수사들이 지난 20일 저녁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야간 실종자 탐색구조작전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스1(해군 제공_
"죽은 사람은 죽었고 살아나지 않는다. 살려낼 거 아니면 돌아가라."

남편 이모씨(46)를 잃은 부인은 울분을 토해냈다. 친구 2명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던 남편은 홀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22일 새벽 시신으로 발견된 조선족 재중동포 이씨가 안치된 목포의 한 병원엔 부인이 홀로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고 있었다.

남편 이씨의 시신은 인양된 직후 탑승객 명단에 없는 외국인으로 분류됐다 뒤늦게 신원이 확인됐다.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줄 것을 간곡히 청한 부인은 지난 16일 오전 '세월호' 사고 직전 "배가 침몰하고 있다. 뉴스를 보라"고 했던 남편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전화를 받고 바로 켠 TV 화면에선 '전원구조'라는 자막이 나왔다. 부인은 순간 안도했지만 손에 꼭 쥐고 있던 휴대전화는 더는 울리지 않았다.

부인은 처음 탑승자 명단을 받았을 때 남편의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고 황당하기 그지없었다고 했다. 남편이 글씨를 빠르게 쓰다 잘못 적었겠거니 하며 구조 소식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엿새가 흘렀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인은 '제발 시신이라도 찾았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7일째 새벽, 부인은 안산에 있는 집에서 남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목포로 내려왔다.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부인은 "선장이 너무 책임감이 없었다"며 "어떻게 수백명의 승객을 놔두고 혼자 살아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다.

남편 이씨의 빈소는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같이 내려온 남편 동생의 DNA 채취 결과가 나오는 23일 서울에 있는 병원에 남편의 시신을 안치하려는 계획만 세워 놨다.

장례식은 중국에 있는 가족들이 한국에 오면 치를 계획이다. 중국에 있는 가족들이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최대 10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남편을 보내기 위해 가족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부인은 "죽은 사람 살려낼 거 아니면 그만 물어보고 가라"며 힘없이 돌아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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