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제조합이 외면한 조합원社, 전문조합에 'SOS'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14.04.22 06:12

워크아웃·법정관리 건설기업 보증 '담보+수수료' 부담 커…다른 조합서 보증 받기도

#얼마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한 중견건설기업 A사는 종합건설업체임에도 건설공제조합이 아닌 전문건설공제조합에 가입해 건설공사에 필요한 각종 보증을 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건설공제조합 조합원이었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보증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다. 건설공제조합의 보증 중단으로 살길이 막막해지자 다른 조합에서 편법으로 보증서를 발급받고 있는 것.

A사 한 임원은 "건설공제조합에서 보증사고로 인한 대급금을 갚지 않으면 보증서를 떼줄 수 없다고 해 편법인 줄 알면서도 다른 조합을 이용하고 있다"며 "우선 회사가 살아야 돈을 갚든지 할 텐데 무조건 안된다고 하니 어쩌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공제조합이 공제상품 '꺾기판매'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합의 경직된 보증제도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 건설기업들의 회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합이 자금난을 겪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보증서 발급 조건으로 높은 수수료와 담보 또는 공제상품 가입을 요구하거나 아예 보증을 회피하면서 신규수주 등 경영정상화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4월17일자, 건설공제조합, 자금난 中企에 '꺾기판매' 논란 기사참조>

◇자금난 건설기업, 보증비용 부담에 영업 차질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종합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선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계약보증, 공사이행보증, 시행보증 등 각종 보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기업이 보증서 발급을 요청하면 조합은 해당 기업의 보증한도 내에서 수수료를 받고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기업들은 보증한도가 남아 있어도 보증서를 발급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조합이 보증(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와 담보를 요구해서다.

실례로 관급공사 수주를 위해 필수인 공사이행보증의 경우 기업 신용 및 재무상태, 공사 난이도 등에 따라 보증등급이 1~9등급으로 나뉘며 7등급부터 담보의무가 적용된다.


담보비율은 계약금액의 3~15%였지만 최근 2~8%로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도 물어야 한다. 공사이행보증 수수료는 기본요율이 공사유형에 따라 연 0.5~0.8% 정도지만 보증등급에 따라 할인·할증이 적용된다. 보증등급이 나쁠수록 수수료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예컨대 1000억원 규모의 관급공사 수주를 위해선 최고 80억원가량의 보증 담보와 연 2억5000만원에서 4억원 이상의 수수료(보증한도 50% 적용)를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법정관리 중인 B건설 한 임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조합 채무(대급금)상환과 함께 수십억원의 담보와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해 사실상 보증을 받기가 어렵다"며 "그럴 여유가 있으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겠냐"고 푸념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C건설기업 한 관계자도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신규수주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보증비용 부담이 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해 건설협회를 통해 담보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줄 것을 요청했지만 나아진 게 전혀 없다"고 하소연했다.

◇조합 "보증관리·조합원 반대로 제도개선 힘들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용부담이 적은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다른 조합에 가입해 지원을 받는 기업들까지 생겼다. A사 임원은 "보증 사각지대에 몰려 다른 조합에서 보증서를 떼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연봉잔치만 할 게 아니라 특별기금을 구성해 보증채무나 담보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은 하지만 안정적인 보증업무 수행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실 조합원을 대상으로 보증서를 남발하면 자칫 건실한 조합원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담보는 보증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장치"라며 "다른 조합에서 보증을 받는 기업들은 보증채무를 갚을 의사가 없어 보증이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사정이 어려운 조합원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정상적인 조합원은 오히려 보증제도를 완화하는 데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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