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총격전, '핏빛 부활절'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14.04.21 08:36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한 제네바 4자 합의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 세력과 친러시아계 세력간 유혈 충돌이 일어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부활절을 맞아 우크라이나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진압작전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와중에 총격전이 벌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친러 시위대가 선출한 바체슬라프 포노마료프 슬라뱐스크 시장 대행은 20일(현지시간) "간밤 슬랴반스크시 인근 검문소를 우크라이나 극우주의 세력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공격해 분리주의 시위대 측 3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공격 측은 2명이 사망, 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포노마료프 시장 대행은 러시아 국영 이타르타스 통신에 "사망한 괴한의 소지품을 확인한 결과 우크라이나계 극우 민족주의 단체인 라이트섹터의 배지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슬라뱐스크가 속한 도네츠크주(州) 민병대 본부는 슬라뱐스크 북동쪽 외곽의 다른 4개 검문소도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노마료프 시장 대행은 이날 새벽 시내에서도 무장 괴한들이 귀가 중이던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2명이 부상했다며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부활절인 정오부터 오전 6시까지를 통행금지 시간대로 선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슬라뱐스크 경찰서를 장악한 자경단이 현지 주민들에게 무기를 나눠주면서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내무부는 "약 400정 이상의 소총이 주민에게 전달됐다"며 "외국 (러시아) 무장대원과 불법 군사조직 등이 활동하는 상황에서 총기까지 유통되면 슬라뱐스크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슬라뱐스크에서 '우파진영' 무장대원들의 공격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숨졌다"며 "키예프 정부가 민족주의자와 극단주의자 간 분쟁을 통제하길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에 증명됐다는 점에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또 외무부는 "이 비극이 17일 제네바 합의 이후 발생했기 때문에 놀라움이 크다"며 "우크라이나가 제네바 합의에서 약속한 동남부 지역 긴장 완화 의무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런연합(EU), 미국의 외교수장들은 지난 17일 스위스 제네바 4자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폭력 자제, 관청 점거 해제 등의 긴장완화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포노마료프 시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평화유지군을 보내 줄 것을 호소했다. 라이트섹터 측은 사건에 자신들이 연루돼 있다는 점에 대해 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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