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자 "퇴선 명령 없어 스스로 탈출해 생존"

머니투데이 인천=박소연 기자 | 2014.04.20 16:46

[세월호 침몰 5일째]화물기사 양인석씨 "화물은 제대로 결박돼"…보상문제 항의

20일 오후 2시50분쯤 세월호 구조자 양인석씨(49)가 청해진해운이 위치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방문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며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사고 여객선 '세월호'에 탑승했던 생존자 화물차 기사 양인석씨(49)의 사고 당시 증언이 나왔다. 그는 퇴선 명령이 없어 배가 뒤집히자마자 스스로 탈출했다고 폭로했다. 또 출항 전 화물이 제대로 결박돼 있었지만 급선회로 컨테이너가 떨어지며 무게중심이 쏠려 침몰했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세월호 침몰 5일째인 20일 오후 2시50분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위치한 청해진해운을 찾았다. 양씨는 "지금 장비 가진 사람들은 살아도 다 죽게 생겼다"며 "내 생명 같은 화물을 잃었는데 선사 측에서 보상 등 일절 연락이 없어 항의하러 왔다"고 밝혔다.

양씨는 지난 15일 오후 9시쯤 세월호에 25t짜리 트레일러(추레라) 3대 등을 싣고 탑승했다. 동료 화물기사 4명과 함께 3층 뒤쪽 객실 DR7호에 머물었다.

양씨는 "16일 오전 8시55분쯤 침대에 누워있는데 1분 만에 급격히 배가 45~50도 기울었다"며 "처음엔 커브를 트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넘어가는 느낌이 들더니 쭉 바닥으로 미끄러졌다"고 회상했다.

양씨는 '아비규환' 속에서 객실 문을 열고 수도호스를 붙잡고 자체적으로 탈출했다. 난간에 대피한 후에도 해경의 첫 구조헬기를 30여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또 양씨는 "헬기에 손을 흔들었지만 구조대는 한동안 사진만 찍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오전 9시40분에야 구조됐다. 30분 동안 퇴선 안내방송은 없었다.


양씨는 "그나마 뒤쪽 방에 있어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오전 7시반부터 9시까지 아침식사 시간이었는데 식당은 가운데 있어서 식사하던 승객들은 빠져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양씨는 선사 측의 사고 수습에 불만을 드러냈다. 양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생계수단인 12억원 상당의 레카와 대당 3억5000만~4억원 상당의 트레일러 3대를 잃었다. 양씨에 따르면 세월호에 탑승했던 화물기사는 100여명에 이르며, 생존한 다수의 화물 기사들이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었다. 하지만 선사 측은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양씨는 지난 15일 출항 전 화물을 결박한 인증샷을 보여주며 "화물은 잘 묶여있었다. 과적도 아니고 결박도 잘 돼있었는데 너무 배가 심하게 꺾인 후 상부에 있던 컨테이너가 떨어지면서 1분 만에 선체가 기운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씨는 이날 청해진해운을 찾았으나 문이 닫혀있어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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