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피해 급회전? '세월호 침몰',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들

머니투데이 이슈팀 한정수 기자 | 2014.04.20 16:26

[세월호 침몰 5일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SEWOL)/ 사진=뉴스1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 등 476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중 1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에 대해 사고 5일째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해경은 항로를 변경하는 지점인 '변침점'에서의 '무리한 항로 급변경'이 세월호의 침몰 원인인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해경은 세월호가 이 변침점에서 항로를 완만하게 변경하지 않고 급격하게 뱃머리를 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급격한 회전에 따라 배가 무게중심을 잃고 침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 우럭잡이 배 피하기 위해 급회전?

이런 가운데 세월호가 인근 어장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회전했다는 주장이 20일 나왔다.

세월호 침몰 지점인 병풍도와 맹골도 인근은 4월 붕장어·우럭의 성어기로 평균 50∼80척의 어선이 조업하고 있었으며 사고 직전 시간에도 근처에서 많은 어선이 조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당시 선박모니터링 시스템인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는 10마일(약 18km) 이내에 37척의 선박이 있었으며 이는 AIS를 부착된 배만 확인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IS 미부착 선박이 더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세월호의 당시 항적도에 따르면 세월호는 오전 8시50분 145.8도 방향, 17.1노트(약 32㎞)의 속력으로 항해하고 있다가 1분 후인 8시51분 속력이 11.7노트(약 22㎞)로 크게 줄고 방향도 우측으로 78.3도 급회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갑자기 속도를 크게 줄이는 것은 갑자기 위험 물체를 발견하고 회전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급격한 회전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배의 침몰을 부추긴 다른 원인들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여객선이 단순히 급회전만으로 침몰에 이르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침몰을 부추긴 다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운행 미숙으로 급회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을 경우 △선박 노후, 개보수 등 선체의 문제 △자동차·화물 등의 결박을 소홀히 했거나 과적했을 경우 등이다.

1. 운행 미숙이 사고 키웠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운행 미숙으로 인해 사고가 커졌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지난 19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에서 수사 브리핑을 갖고 "사고 당시 여객선을 운항했던 3등 항해사 박모씨(여·25)가 사고 해역을 처음으로 운항했다"고 밝혔다.

또 조타수 조모씨(남·55)는 조사에서 "사고 당시 여객선의 키가 평소보다 많이 돌아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의 다른 조타수 박모씨(남·61)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잉 회전은 각도 조절에 실패해 발생한 것이다"며 운행 미숙을 일부 시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2. 무리하게 증축한 노후 '로로선'


선체 자체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선박설계 전문가인 박수한 KCC전자 대표는 18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고가 난 세월호는 5층 부분을 증축했다. 그 부분이 사고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증축을 할 경우 배의 중량이 늘어나고 배의 무게중심이 위쪽으로 올라가 무리한 회전에 대처하기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로로선(Ro-ro ship·Roll-on/roll-off)인 세월호는 애초에 사고 위험성이 높은 선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별도의 크레인을 이용하지 않고 차량들이 자가 동력으로 직접 승·하선 하도록 만들어진 로로선은 화물을 적재한 트럭이나 트레일러 또는 일반 차량을 수송하는 화물선이다. 로로선은 속도를 내기 위해 일반 화물선에 비해 선폭이 상대적으로 좁고 화물과 차량을 싣기 위해 선박의 경사판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1997년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경사판 틈 사이로 바닷물이 유입될 수 있고 넓은 공간의 화물칸이 수면과 맞닿아 바닷물 유입이 쉽다는 점에서 로로선의 위험성을 한차례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세계 최악의 해상사고로 꼽히는 1987년 헤럴드 엔터프라이즈호 침몰(193명 사망)과 1994년 에스토니아호 침몰(852명 사망), 2006년 알살람 98호 침몰(1000여명 사망) 등의 사고는 모두 세월호와 같은 로로선이었다.

3. 과적·화물 결박 소홀 가능성

마지막으로 과적, 화물 결박의 소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배가 수용 가능한 무게보다 과적했거나 화물이 제대로 결박되지 않았을 경우 선박의 무게중심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고 발생 3일째인 18일 청해진해운은 화물 1157톤과 차량 180대(승용차 124대·1톤 차량 22대·자동화물34대)를 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일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 15일 출항 전 화물 657톤과 차량 150대를 실었다고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기재했다. 화물 약 500톤과 차량 30대를 축소 보고한 뒤 출항한 셈이다.

특히 차량은 해경으로부터 허가받은 적재 대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해진해운이 지난 18일 공개한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세월호는 승용차 88대와 트럭 60대 등 차량 총 148대를 싣는 것이 가능하다. 기준보다 32대를 더 실은 것이다.

또 화물의 결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에 탑승했던 승무원 중 한명이 "화물차 적재 규정상 고리 4곳에 쇠사슬을 결박해 화물차가 수평을 잃지 않도록 고정해야 하지만 세월호에서는 고리 2곳만을 사용했다"고 증언해 결박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의 승무원은 "차를 많이 싣기 위해 고리의 2곳만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생존자들은 지속적으로 사고 당시 '쾅'하는 소리와 함께 컨테이너 박스 등이 무너졌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사고 당시 화물이 과적됐거나 허술하게 결박돼 여객선이 한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쏠렸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 증언들이다.

한편 해경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6825톤급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오전 8시55분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되며 해경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 선박에는 승객과 선원 등 총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승객 중에는 수학여행 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300여명도 포함돼 있었다.

20일 오후 4시 현재까지 174명이 구조됐으며 확인된 사망자수는 5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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