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20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 지난 17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6·25전쟁 기간 중 미군에 의해 반출된 대한제국 국새와 고종 어보 등 인장 9점의 반환을 위한 수사절차를 마무리하는 서류에 서명했다"며 "구체적인 인수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반환되는 인장들은 지난해 11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에 의해 압수된 대한제국 국새인 '황제지보'와 순종이 고종에게 태황제라는 존호를 올리면서 1907년 제작한 '수강태황제보', 조선왕실에서 관리임명에 사용한 '유서지보'를 비롯한 국새와 어보 등 9점이다.
이 중 '황제지보'는 1897년 대한제국 성립을 계기로 고종 황제가 자주독립 의지를 상징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고종 어보인 '수강태황제보'는 고종이 수강태황제로 존봉되는 의식을 기념하기 위해 1907년에 제작됐다.
이 밖에 △대한제국 시기 지방 관찰사와 절도사 등의 임명장에 사용됐던 '유서지보' △왕세자 교육 담당관청인 춘방에서 관원 교지에 사용했던 '준명지보' △조선시대 헌종이 서화에 찍었던 '향천심정서화지기' △조선시대 왕실 인장 '우천하사'·'쌍리'·'춘화'·'연향' 등도 이번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맞춰 반환된다.
다만 문화재청의 수사요청으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에 지난해 9월 압수된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는 미국 소장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 여부 검토 등으로 국내 환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에 반환되는 인장들은 한국전쟁 기간 한 미군이 덕수궁에서 불법 반출한 것이다. 불법적으로 반·출입된 문화재는 원소유국에 돌려주도록 한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이들 인장은 몰수 등 미국 내 절차를 마친 뒤 애초 5~6월쯤 반환될 예정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반환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인장 반환을 계기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요구 대상으로는 한일관계 개선 및 오바마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체계 가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절차상 원래 5~6월에는 돌아오기로 돼있던 것으로,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것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한의 콘셉트를 '문화'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 외교당국은 최근까지 문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검토했고, 방한 의미와 동선 등을 고려해 방한 중 경복궁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