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지난 1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를 본격화했다. 관련업계에선 쿠쿠전자가 이번 IPO를 통해 2012년 말 쿠쿠홈시스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자사주 16.84%를 처분해 가업승계 절차를 끝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밥솥을 생산하는 쿠쿠전자와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는 쿠쿠홈시스를 진두지휘하던 구 회장은 2006년 장남 구본학씨를 쿠쿠홈시스 각자 대표로 선임하면서 가업승계를 본격화했다. 구본학 대표와 차남 구본진씨는 쿠쿠홈시스 지분을 각 53%, 47%씩 소유하고 있었다.
'쿠쿠' 브랜드가 업계 1위로 자리 잡으며 쿠쿠홈시스의 실적이 성장했고 두 아들의 영향력도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 지분율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실제로 쿠쿠전자에 대한 쿠쿠홈시스의 지분율은 2001년 27.09%에서 2002년 35.01%, 2005년 37.17%, 2008년 44.86%로 계속 높아졌다.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는 2012년 12월 합병했고 두 아들은 통합법인의 지분을 각 33.10%, 29.36%씩 보유하게 됐다. 대신 구 회장의 지분율은 24.84%에서 9.32%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고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쿠쿠홈시스를 키워 합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쿠쿠전자의 IPO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구 회장과 두 아들이 쿠쿠전자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어 오너 영향력을 견제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적이 좋더라도 상장 기업에 걸맞는 내부통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거래소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
쿠쿠전자는 올 초 재무책임자(CFO)를 새롭게 영입하고 IR 조직을 구축하는 등 상장에 앞서 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급조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고 지분 정리를 끝낼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편 쿠쿠전자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9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512억원에 비교기업인 리홈쿠첸의 주가수익비율(PER) 22배를 적용하고 20%의 할인율을 매긴 금액이다. 구주매출과 신주 발행을 병행해 20~30%의 주식을 공모한다면 쿠쿠전자는 1800억~27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쿠쿠전자는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전기 밥솥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 생산라인 구축과 해외 마케팅 등에 공모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동양매직 인수전의 승자가 된다면 공모 자금이 인수합병(M&A)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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