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聖)금요일의 저주...또 다른 증시 미신?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 2014.04.20 11:00

[행동재무학]<59>근거없는 미신·습관은 주식투자 운(luck)과 무관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정말로,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쉬우니라.”

성경(the Bible)에는 영생을 얻는 방법을 예수에게 물어 본 한 부자 청년이 예수의 대답을 들은 후 슬퍼하며 떠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수가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예수는 낙타-바늘귀와 부자-천국을 비유하며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말했다. 예수의 비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현세대에 부자들은 어디에 가장 많을까? 예수가 살던 과거와 달리 현대엔 부자들이주식시장에 많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세계 갑부 상위에 오른 이들 대부분 주식 갑부이다.

그렇다면 주식 부자들은 예수의 경고처럼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까? 한국 최고의 부자였던 삼성그룹 창업자 고(故) 이병철 회장도 유고 직전 이 말씀을 놓고 고민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성(聖)금요일(Good Friday)에는 미국 등에서 증시가 하루 휴장한다. 1년중 법정 공휴일이 아닌데도 증시가 휴장하는 유일한 날이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주식시장이 공휴일도 아닌 날에 휴장하는 걸 놓고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성(聖)금요일에 주식투자를 하면 불운(bad luck)이 뒤따른다는 미신과 관련이 있다.


성금요일의 저주(the Good Friday curse)로 불리는 미신은 과거 성금요일에 증시가 열렸을 때 주가가 대폭락했었다는 사실과 틀린 루머에 근거하고 있다. 즉 성금요일만큼은 부자들도 예수의 경고를 상기하며 하루는 주식투자를 삼가야 한다는 믿음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성금요일의 저주와 마찬가지로, 주식투자자 가운데 특정한 미신이나 패턴을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챠트상 OO패턴 다음엔 주가 오른다’, ‘OO이론상 이번엔 주가 하락한다’ 등에서부터 ‘1월엔 주가가 오른다(1월 효과)’, ‘5월엔 주가가 하락한다(5월엔 주식 팔고 떠나라)’, ‘여름 휴가철엔 주가가 오른다(써머 랠리)’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특정 습관이 주식투자의 운(luck)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는 투자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가령 테마주만 골라 투자한다거나, 무조건 기대수익률이 높은 종목만 고르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샀다 팔았다 반복하고, 다른 의견은 전혀 듣지 않는 행위 등이 그런 예이다.

그러나 이런 근거없는 미신이나 습관이 실제로 주식투자의 행운이나 불운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이다.

한국 증시는 성금요일에 휴장하지 않는다. 미국 등에서 믿는 미신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성금요일의 저주는 단지 미신일 뿐이라는 걸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성금요일의 저주에 상관없이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날 0.6%와 1% 가량 상승 마감했다.

다만 ‘세월호’ 사건으로 전국이 깊은 시름에 잠겨있는 만큼 희생자에 대한 애도 차원에서라도 이날 하루쯤은 증시가 휴장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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