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잠수부 500명 투입"… 가족들 "거짓말!"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 2014.04.17 23:57

[세월호 침몰 3일째] 해경청장 보고 도중 "구조 소극적" 고함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탑승객 가족들이 대기 중인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희망을 잃지 말고 구조소식을 함께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4시20분쯤 모습을 드러내자 체육관 곳곳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울분이 터져 나왔다. 가족들과 취재진이 뒤엉켜 체육관 단상 위에 오르기까지만 5분여가 소요됐다.

박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지금 가족들에겐 무슨 말을 해도 답답하고 애가 탈 것이다. 그 심정은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한 순간 한 순간 참담할 것"이라며 거듭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방금 전 구조현장을 다녀왔는데,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통해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잠수요원 등이 계속 (수색을) 시도하고 있다"며 "지금 날씨가 좋지 않지만 나도 '최선을 다하라'고 모두에게 부탁했다. '현장에서 여러 소식을 정확하게 빨리 (가족들에게) 알려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고 당시 승조원 구조를 위해 투입됐던 인원들을 사고 현장에 보내 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현장에서 그들을 만났다"며 "200여명이 현장에 와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모든 걸 동원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수색·구조 활동을 상황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 달라'는 요구엔 현장에 함께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 "언제까지 되겠냐"고 물어본 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나간 뉴스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누구보다 빨리 소식을 들어야 한다. 그 장비가 오늘 저녁에 도착한다니까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전부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실종자 가족이 '사고 생존자들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왔다. 살아 있는 사람은 살려야 하니 명령을 좀 내려 달라'고 하자 "현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실종자) 가족들이 얼마나 애가 타겠냐. 그들을 생각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면서 "이게 바로 (대통령의) '명령'"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승선자 명단을 공개해 달라는 요구엔 "전체 명단을 공개하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분도 있다고 한다. 공개를 원하지 않는 가족은 존중해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대신 많은 사람이 공개를 원하고, 또 확실히 봤으면 한다고 하니까 (가족들이) 얘기만 하면 (승선자 명단에 있는지 여부를) 재깍재깍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배가 기울어져 뒤집혀 있는데, 거기(물속)로 내려가 (실종된) 승객들이 모여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접근하려고 해도 시계(視界)가 20㎝밖에 되지 않고, 또 물살 때문에 (구조요원들이) 밀려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누구보다 이런 얘기를 자세히 들어야 할 사람들이 (실종자) 가족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박 인양을 위한) 크레인선이 내일 새벽 5시에 (현장에) 도착한다고 한다"고 전하면서 "크레인선의 힘으로 선박을 다 들어 올릴 순 없어도 어느 정도 들어 올린 후엔 잠수부가 (배로) 들어가기가 수월해진다. 그런 세세한 얘기를 누구보다 가족이 먼저 듣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 스크린을 설치해 실시간 영상으로 (상황을) 보여주도록 하겠지만, 거기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누구보다 가족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 현장에서도 (실종자 수색 및 구조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이런 모든 것을 가족들에게 자세히 알려 달라"고 현장 관계자들에게 재차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를 체육관 현지에 상주토록 해 달라'는 요청엔 "그것도 좋겠다"며 동의를 표시했고, '침몰 선박 내에 실종자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공기를 주입해 달라'는 요구엔 "(배 안에) 공기를 넣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면 왜 그런지 설명해야 한다. 가족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국자들에게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정부 관계자)들은 다 물러나야 한다"며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고함을 지르며 정부 당국의 수색·구조 활동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또 "어떤 여건에서도 잠수부 500명을 투입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고 한 김석균 해경청장에겐 "대통령 앞에서 거짓말을 하냐"며 욕설을 퍼붓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한 실종자 가족이 '내 휴대전화 번호를 가져가서 자기 전에 오늘 한 약속이 지켜졌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전화번호를 달라"며 "내가 확인하겠다.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내가 전화해서 확인해보겠다"고도 말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직접 사고 해역을 찾아 현장상황을 살펴보고 실종자 수색·구조 활동에 여념이 없는 해양경찰 및 군(軍)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침몰한 배에) 생존자가 있다면 1분1초가 급하다"며 현장 관계자들에게 "어렵고 힘들겠지만 (실종자 수색·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 또 구조요원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발생 첫날인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를 찾았던 박 대통령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이날 새벽 전격적으로 현장 방문을 결정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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