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완화 '덫'에 걸린 공무원들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 2014.04.18 06:33

"우리 국은 규제가 거의 없는 게 문제다. 그럴듯한 규제가 좀 있어야 일한 티가 날 텐데…."

정부가 '규제와의 전쟁'에 나선 가운데 한 중앙부처 모 국장이 한 말이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규제가 많아야 풀어줄 게 많은 게 그럴 수 없어 아쉽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를 많이 풀어야 일을 잘했다고 평가를 받는데 자신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게 됐다고 푸념했다.

부처 공무원들이 정책 주안점을 규제완화에 두면서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인식될 판이다. 특정 집단의 불합리하고 편법적인 이익추구 내지 손해 회피 등을 막기 위한 장치가 규제지만 규제가 '죄악'으로 취급되면서 공무원들도 혼란스런 모습이다.

규제 내용보다 규제가 갖고 있는 무게감부터 따지는 공무원들도 있다. 굵직한 규제일수록 점수가 높다보니 조그만 규제를 여러 개 손보느니 큰 것 한 건을 철폐하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내 이런 분위기에서 새로운 규제를 만든다는 게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규제비용 총량제는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정부내 '규제'다.


북한 무인비행장치 파문으로 국내에서 무게 12㎏ 이하 무인비행장치도 신고를 해야 하는 규제를 마련한 게 한 예다.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규제비용 총량제에 의해 다른 규제를 풀어야 할 상황에 봉착하자 난처해 했다.

동료 공무원들 눈에는 연내 12% 이상 규제를 풀어야 할 판에 새로운 규제를 얹었으니 '민폐'를 끼친 것으로 보일 법도 하다. 이 규제를 넣으면 다른 규제를 빼야 한다는 전제대로라면 규제 30%를 2017년까지 폐지할 게 아니라 당장 폐지해도 된다. 기계적으로 없어질 것들이라면 지금 없애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공무원들이 규제의 성격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규제완화에만 매몰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별걱정이 없어 보인다.

한 공무원은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도 어차피 국회에서 다시 규제법안을 만들지 않냐"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규제완화는 국가적 에너지 낭비다. 이게 우리 정부와 정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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