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ze] 서경수, <트레이스 유>의 베이비 구본하

ize 장경진 기자 | 2014.04.18 10:00

편집자주 |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러 모습이 있게 마련이지만, 서경수는 자신의 매력을 “의외성”이라고 할 정도로 종종 극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배우의 모습이 고스란히 캐릭터가 되는 <트레이스 유>는 그런 그의 매력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다. “나를 부셔봐”라고 소리 지를 때는 세상을 다 가져버리겠다는 자신감으로 무대를 달구지만, 어느새 노란 병아리 같은 애교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도 한다. 소년과 남자 그 어딘가에 서경수가 있다.

/사진=이진혁(스튜디오 핑퐁)
1. 뮤지컬배우입니까?
Yes. 2007년에 수시 1차를 붙고 교수님 제안으로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 앙상블 추가 오디션을 봤다. 수시 붙은 애들 다 가라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나 혼자 갔다가 뽑혀서 데뷔를 했다. 그 후 < 렌트 >, < 모차르트! >, < 넥스트 투 노멀 >, < 헤이 자나! > 등을 했고 지금은 록뮤지컬 < 트레이스 유 >를 공연 중이다.

2. 록커입니까?
Yes. 밴드 드바이의 보컬 구본하 역을 맡았다. 중학교 1, 2학년 때 스트라이퍼나 스키드 로우 같은 음악을 많이 들어서 록이 익숙하다. 정식 밴드로는 아니지만 학교 축제 때 해본 적도 있고. 맨날 건반으로 넘버들 연습하다가 밴드가 딱 붙으니까 심장이 요동쳤다! 진짜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주체를 못 했다고. 확실히 록음악은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 있는데, 거기에 드라마까지 들어 있으니 해방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3. 평소 분출하는 스타일입니까?
No. 단적인 예로 여자친구랑 싸울 때도 부딪히기보다는 알아서 감정이 사그라들 때까지 안으로 삭히는 스타일이라 내면에 집중하는 본하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본하는 아마도 굉장히 외롭고 쓸쓸해서 주변의 다른 인격체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 넥스트 투 노멀 >의 게이브도 좀 짠한 캐릭터였는데, 그렇게 심장을 자극하는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 어릴 때 어머니가 직장생활을 하셔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기억 때문일까?

4. 낯을 가리는 편입니까?
Yes. < 트레이스 유 >가 표면적으로는 클럽 공연 같은 느낌이 있어서 드라마 외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지점들이 많은 편인데 난 잘 못 놀겠다. (웃음) 의외로 낯을 가리는 것 같다. 사실 평소에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말을 쉽게 못 놓는다. 그래서 어린 톤으로 그 긴장감 같은 걸 감추는 것 같다. 어색하면 쓸데없는 거 만들어서 하는 것처럼. (웃음)

5.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Yes. 선천적으로 웃어른 공경을 되게 중요시한다. 예전에는 여자 종업원에게 막 대하는 여자는 싫어할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싸가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난 싸가지를 굉장히 중시한다. 시간 약속 같은 것도 그렇고. 무대 위에서는 당연하고 밖에서도 잘해야 된다. 집에서도 막내고 이른 데뷔로 줄곧 대극장 막내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6. 애교가 많습니까?
Yes. 원래도 많았는데 요즘은 일상에서보다 무대에서 더 애교를 많이 부리는 것 같다. (김)달중 쌤이 연습실에서 늘 서경수, 이지호가 나와야 캐릭터의 설득력이 있다고 하실 때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관객이 차고 무대에 서보니 내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더라. 워낙 자유로운 작품이고 캐릭터라는 것도 본인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하니까. 그러다 보니 워낙 평소에도 애교를 떠는 애라서 그런 서경수가 나오는 것 같다.

7. 순발력이 좋은 편입니까?
No. 이렇게 많은 것이 열려 있는 작품도 2인극도 처음이라 쉽지 않았다. 반전에 반전이 있는 극이라 애드리브도 확실히 계산해야 돼서 더 어렵고. 그 자유로움이 < 트레이스 유 >의 매력인데 아직 그걸 확실하게 내 걸로 만들지는 못한 것 같다. 지호 형이 실수해도 땐땐함이 깊어지지 않을 정도만 잡아줄 수 있는 것 같고. 작품을 한 지 꽤 돼서 경험에서 오는 순발력은 있는데, 커버까지 해줄 만한 능력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사진=이진혁(스튜디오 핑퐁)
8. 파트너쉽이 좋습니까?
Yes. 무대에 둘만 나오니까 서로 잡아먹으려 할 수도 있는데, 배려를 많이 한다. 지호 형이 잡아먹으려고 해도 상관없다. 워낙 좋은 사람이고 좋은 배우니까. 작품 분석을 할 때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고, 무대 위에서 둘의 밸런스도 잘 맞는다. 내가 통통 튀면 형이 묵직하게 잡아주고, 형 보이스가 굉장히 따뜻해서 확 감싸주는 느낌도 있고. 상호보완의 대표주자. (웃음) 형은 내가 눈 감고 뒤로 넘어가도 받아줄 것 같은 기분으로 무대에 서게 해준다. 일상에서도 이지호라는 사람이 워낙 배려심이 많다.

9. 사람의 힘을 믿습니까?

Yes.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 중 < 넥스트 투 노멀 >의 게이브가 있었는데, (한)지상이 형이 알려줘서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 지상이 형은 서울지방경찰청 호루라기 연극단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선임이었는데 뮤지컬 하던 애가 들어온다고 하니까 주변 친구들한테 여러 가지를 물어보신 것 같더라. 즉석에서 만난 빽이었지. (웃음) 나에게는 거의 은인이다.

10. 몸을 잘 씁니까?
Yes.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중학교 때 친구가 자기 학교에서 재즈랑 피아노 가르쳐준다고 해서 국악예고로 전학을 갔다. 갔더니 방과 후 수업으로 판소리랑 민요가 있더라. 친구한테 완전 속아서 갔지. (웃음) 고2 때까지 학교에 전혀 흥미를 못 느꼈다가 대학을 가긴 가야 되는데 그동안 한 건 없고 무용에 흥미를 느껴서 따로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말 단기간에 푹 빠져서 콩쿨 준비할 정도까지 됐었다.

11. 하나에 꽂히면 돌진하는 스타일인가?
Yes. 일기에다가 ‘나날이 발전하는 나의 모습이 거울을 통해 느껴진다’고도 썼다. (웃음) 인체의 신비를 느끼기도 했고. 애 같은 심보가 있어서 칭찬을 받으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잘해도 욕먹으면 하기 싫고 그렇다.

12. 더 잘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
Yes. 물론 노래나 춤도 연륜과 내공이 필요하지만, 연기는 잘한다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니까 어려운 것 같다. 연기는 그냥 자기만족이 큰 것 같은데 항상 만족스러운 적이 없다. 아직까지는 왔다 갔다 해서 재밌는 것 같다. 완전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으니까. 결국 중요한 건 그 정서를 진짜로 느끼고 대사를 뱉었냐 같은데, 그게 한 순간일 수도 있고 두 순간일 수도 있다. 잘하고 싶다.

13. 욕심이 있는 편입니까?
Yes. 2012년에 < 런 투 유 > 일본 공연에서 (정)원영이 형 더블로 첫 주연을 맡았다. 합창도 군무도 좋아하지만 무대 위에서 자기 넘버를 부르고 자기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하도 원해서 그랬는지 너무 감동적이고 기뻤다. 근데 일본 공연을 한 달 하고 왔는데 사정이 생겨서 백수가 될 뻔했었다. 그때 알바천국 많이 뒤졌지. (웃음) 뮤지컬에 애착을 갖고 열심히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고 나만 퇴보하는 것 같았다. 근데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 돼서 나를 뒤돌아보고 가치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러다 2013년에 < 넥스트 투 노멀 >, < 헤이, 자나! >를 하고 < 트레이스 유 >까지 이어지면서 인생의 한 획을 긋게 됐다.

14. 꿈꾸는 미래가 있습니까?
Yes. 한참 지나고 나서는 < 맨 오브 라만차 >의 세르반테스를 하고 싶다. 지금은 특별한 기준이라기보다는 재밌을 것 같다 싶으면 다 하는 것 같은데, 확실한 메시지가 없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다. 배우가 작품 선택도 잘 해야 하지만, 지금은 나만의 기준을 만들고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15. 마지막으로 당신은 누구십니까?
서경수. 빠른 1989년생. 소년과 남자 사이.

- 2014 힙합 지형도
- #38. 선택장애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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