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동거커플, 15개월 딸 베란다에 하루종일 내놓고…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재원 기자 | 2014.04.18 06:02

[학대하는 부모들 ③] '방임'도 아동학대…'사이코패스', '지능발달 장애' 원인 되기도

사진=이미지비트

# 2012년 4월 충남 천안에서는 동거커플인 A씨(남·당시 30세)와 B씨(여·당시 26세)가 PC방에 가면서 자신들이 낳은 생후 15개월 된 딸을 민소매 상의와 기저귀만 입힌 채 베란다에 방치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난방이 되지 않는 차가운 베란다 바닥에 딸을 내놓은 지 20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딸의 생사를 확인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당시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단지 PC방에 가려고 생후 15개월밖에 안된 친딸을 방치하는 등 부모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며 "딸이 숨진 직후에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별다른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고 각각 징역 2년6월과 2년을 선고했다.

아동에 대한 학대는 보호자에 의한 물리적 폭행이 전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신체적 학대' 못지않게 '방임'도 아동 학대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영·유아기에 이뤄진 방임은 아동의 인격 형성에 치명적인 장애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17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2년 집계된 6403명의 아이에 대한 9938건의 아동학대 가운데 '방임'은 2489건으로 전체의 25.0% 가량을 차지했다.

중앙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방임은 아이를 돌보지 않거나 아이 치료를 제때 해주지 않고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잔트만 아동 청소년 상담센터의 오승아 원장은 "방임이 지속될 경우 사회성이 감퇴돼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나 상호작용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특히 방임으로 인해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끊어질 경우 감정이 사라지는 '감정 부재' 상태에 이르러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성장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출생 직후부터 3살까지를 이르는 '영·유아기'에 이뤄지는 부모의 방임은 아동의 지능발달 장애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영·유아기의 아동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주변의 사물들이나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낸 뒤 그 반응을 지각하며 지능을 발달시킨다"며 "그 신호는 울기, 만지기, 때리기 등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때 부모가 아이의 표현을 그저 '징징거린다', '귀찮게 한다'고 여기고 아이 방치할 경우 아동이 결과를 지각하지 못 해 지능발달이 더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유아기의 아동을 여러 사람의 손에 맡겨 키우는 것 역시 일종의 '방임'이라고 지적한다.

한 대학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영·유아기의 아동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을 자신의 '주 양육자'로 상정하고 보호가 필요하면 그 사람을 찾아 안정감을 느낀다"며 "'주 양육자' 개념은 일반적으로 하루 8시간 이상, 주 5일 정도를 한 사람이 돌볼 경우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주 양육자' 개념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아동은 새로운 것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도전을 멈춰 지능 발달이 더뎌지고 심한 경우에는 정서장애까지 올 수 있다"며 "여러 사람의 손에 아동을 맡기는 것 역시 일종의 '방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육아휴직을 적극 활용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한 사람의 보호자와 오랜 시간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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