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전자신문 vs. 삼성전자 오보 논란 한달을 보며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4.04.17 17:11
출처: 워싱턴D,C국회
도서관 외벽의 토트 부조.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이자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종신 교수인 새무얼 프리드먼은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라는 저서에서 '기자가 섬겨야할 신(神) 토트'를 소개한 적이 있다.

토트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지식과 과학, 언어, 서기, 시간, 달의 신이다. 주로 따오기 머리를 하고 한 손에는 대나무로 깎은 필기구와 다른 한손에는 작은 칠판을 갖고 다니는 모양으로 묘사된다.

토트의 또 다른 모습은 천칭 저울을 사용해 한쪽에는 깃털을, 다른 한쪽에는 사자(死者)의 영혼의 무게를 달아 천국으로 보낼지, 지옥으로 보낼지를 판단하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프리드먼 교수는 "토트는 서기(기록하는 자)로서 엄중하게 관찰하고 따져 물으며, 그 자료를 토대로 분석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역할이 곧 언론의 역할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자가 토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반드시 '성실하고 정확하게' 수행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기자라는 직업이 세상과 남의 운명에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전자신문과 삼성전자와의 정정보도 요구와 이에 대한 반박, 정정보도 청구소송과 관련 '거대자본의 언론 길들이기 즉각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내놨다. 노조는 성명에서 "이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자본권력으로부터 언론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마치 기회를 잡기라도 한 듯 이 틈을 이용해 거대 광고주에 대해 우호적인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다른 언론사들의 부끄러운 행태이다"라며 '삼성에 우호적인 언론'을 기회주의자로 질타하고 있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론직필하는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백번 공감하고 지당한 얘기다.

하지만 언론노조가 토트의 사명처럼 이런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사안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언론 길들이기인지, 언론의 기업 길들이기인지'를 정확히 본 후 이런 논평을 내도 늦지 않았을 듯싶다.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 언론의 상당수는 좌(左)든 우(右)든 자신들의 이념적 틀에서 편향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언론 자유'라는 이름 아래 자사이기주의와 황색저널리즘에 몰입한 지 오래라는 것을 언론노조도 그 누구보다도 잘 알 듯하다.

언론노조가 논평에서 지적한 삼성에 우호적이냐 비판적이냐가 '부끄러운 행동의 판단 기준'이 되서는 안된다. 삼성에 우호적이든 비판적이든 팩트와 논리에 근거해 기사를 쓰느냐의 여부가 정의의 판단 기준이라고 말해야 옳은 지적이다.


이번 논란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5 렌즈 생산 수율이 20~30% 수준에 불과해 자칫 갤럭시S5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는 지난 3월 16일 전자신문의 보도에서부터 출발했다.

정정보도 청구소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이 20~30%라고 주장한 카메라 모듈의 수율이 당시 55%였다며 오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이어졌다. 그리고 갤럭시S5는 약속대로 4월 11일 전세계에 출시됐다.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소송 이후다. 첫 보도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수십건에 달하는 비판기사가 나왔다. 언론이 기업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비판적 시각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감정적으로 치닫다보니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사실과 다른 실수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오류는 약 30년 역사 전자신문 스스로의 명성에도 누가 될 수밖에 없다.

외신번역의 오류로 잘 다니고 있는 미국 현지법인 부사장을 퇴사했다고 보도했다가 정정보도를 한다든지, 부품부문 직원 수를 세트부문 직원 수와 혼동해 '늘어난 직원 수를 줄었다고 비판한다'든지 하는 것 등이 단적인 예다.

또 평균영업 이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업의 이익률로 전체 이익률을 부풀렸다고 호도하거나, 사양이 다른 갤럭시S5 제품의 국내와 해외제품 가격을 단순 비교해 해외가 국내보다 싸다든지 하는 등은 비판받는 기업입장에서 수긍하기 힘든 대목이다.

오역이나 오류에 기반한 보도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고, 바르게 보고 판단하는 '토트의 역할'은 아니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 언론노조가 주장하는 '거대 광고주로서의 막강한 힘을 이용해 언론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프레임'에 대해서도 언론들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기업이 신문에 광고를 반드시 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는가?"라고 물을 때 마땅히 답할 수 있는 논리는 없다. 언론은 기업광고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춰야 할 책무도 있다. 그래야 토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광고는 기업이 사업을 하기 위한 필요성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지, 언론을 위한 자선항목이 아니다. 애플이 국내 신문에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애플이 언론을 탄압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자신문은 약 30년간 업계의 전문지로서 한국 전자산업의 발전에 음양으로 많은 기여를 해왔다. 또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사실에 기반한 바른기사로 '토트'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베스트 클릭

  1. 1 한 달 복통 앓다 병원 가니 이미 전이…"5년 생존율 2.6%" 최악의 암
  2. 2 평창동 회장님댁 배달 갔더니…"명절 잘 보내라"며 건넨 봉투 '깜짝'
  3. 3 손흥민 쓴소리에 "상암 잔디석 안 판다"…아이유 공연은 어떻게?
  4. 4 커피 하루 2~3잔 여성의 몸에서 생긴 변화…남자는? '글쎄'
  5. 5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추석에도 '생이별' 아들 생각…"해피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