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 비판여론 무마…檢-국정원-靑 각본?

뉴스1 제공  | 2014.04.15 11:00

검찰총장 사과-국정원 2차장 사표-국정원장 사과까지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 News1 이동원 기자


검찰이 14일 국정원 직원 4명을 사법처리하면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국가 정보기관에 의한 간첩 증거조작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결과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지는 '수장'이 없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마치 각본에 맞춰 검찰, 국정원, 청와대 등이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서로 '짜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듯한 모습이다. .

수사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날 오후 2시. 발표 직후 검찰이 먼저 움직였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간첩사건 공판과정에서 위조된 증거가 제출된 것과 관련해 사법절차에 혼선을 초래하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전국 공안부를 지휘하고 있는 오세인 대검 공안부장도 사과했다.

검찰총장의 행동은 여기까지였다. 김 총장은 직접 입장발표를 하지 않고 대변인을 통해 회의자리에서 밝힌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검찰 이후에는 국정원이었다.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은 이날 저녁 7시50분쯤 "지휘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별도 공지 없이 이메일을 통해서만 발표했다.

서 차장은 "항소심 과정에서 증거제출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실무진에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사안이지만 지휘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책임자'의 사표가 나오자 청와대가 즉각 반응했다. 서 차장의 사표 제출 이후 1시간도 안 돼 박 대통령이 이를 수리한 것이다. 서 차장의 사퇴는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으로 되돌아왔다.


각본은 국정원이 계속 써내려갔다. 국정원은 이날 밤 10시50분쯤 법조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튿날 오전 10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내곡동 본원에서 입장발표를 한다는 내용이다.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최고책임자 중 한 사람의 입장발표를 12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시간에 공지한 것이다.

국정원은 그 마저도 "남 원장의 발표까지 이를 보도하지 말아달라"며 보도유예요청(엠바고)을 하기도 했다.

15일 오전 10시. 남 원장이 국정원 본원에 마련된 회견장에 들어섰다.

국정원장의 '대국민사과'는 지난 2005년 8월 '안기부 불법 도청 사건'과 관련해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기자회견의 형태로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9년 만이다.

그러나 남 원장의 발표는 3분여에 그쳤다. 자신의 거취 논란이 불거지는데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남 원장은 "증거서류 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머리를 숙였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수사관행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국정원이 환골탈태해서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요지의 입장을 발표하고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회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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