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맛있는 詩 읽기]삶과 죽음이 본디 한 몸이니

머니투데이 오인태 시인 | 2014.04.16 05:54

<5>멍게와 두릅데침 그리고 '그날'

편집자주 | 페이스북과 본지를 통해 밥상 앞으로 독자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시를 읽어 주던 시인이 이번에는 동료시인의 시를 읽어준다. 맛난 시를 골라 맛나게 읽어준다는 취지다. 물론 이번에도 밥이 빠질 수 없다. 본지 100회 연재를 한 [오인태의 시가 있는 밥상]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코너에서는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밥상 차림에 대한 시인만의 비법도 함께 제공한다. 밥상을 둘러싼 공동체 삶의 복원에 대한 시인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땅속에 묻히는 일과 밥을 먹는 일, 아! 이 극명한 대비라니,

극과 극이 상통하는 것이라면 삶과 죽음도 본디 하나일 테다. 아버지와 내가 한몸인 것처럼 말이다. 그랬다. 아버지를 묻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걸신 걸린 듯 밥을 퍼먹고 죽은 듯이 잠만 잤더랬다. 이후, 거울을 볼 때마다 내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아버지는 자식의 몸에 다시 현현하신 것인가. 뭇 생물이 왜 종족보존에 그토록 처절한지 알겠다. 종족보존의 의지는 바로 생존본능일 터,

요즘에 멍게 속살과 두릅 순만큼 향기로운 조합이 있을 수 있을까. 멍게와 두릅 순을 데칠 때는 먼저 두릅을 데쳐내고 그 물에 멍게를 데쳐내면 시간 절약만으로도 요령이다. 데치는 것과 삶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니 멍게든 두릅이든 색깔이 하얘지고 파릇해지는 순간 얼른 건져내야 향이 달아나지 않는다.


아버지 산소 언저리 두릅나무는 어느덧 가시가 까칠해졌을 텐데, 공연히 턱을 매만지는 봄날의 하오가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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