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B의 '쇄신' 핵심은…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4.04.14 17:19
KB금융지주가 이달 초 조직쇄신안을 꺼내들었다. 외부 인사·조직 전문가와 KB금융 내부 임직원이 한 달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쇄신안인 탓에 기대가 모아졌다. 그 결과,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지주사·계열사의 모든 부서장과 부원 인사를 한꺼번에 단행하는 '원 샷 인사'였다.

기자가 만나본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직원들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두들 "인사가 문제"라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했다. KB금융 출범 후 수차례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서 이른바 '측근인사'가 난무하고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사가 분별없이 수혈되면서 청탁·줄서기 인사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샷'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의견은 듣기 어려웠다. 한 계열사 간부는 "원샷이라는 게 부서장이랑 부원을 동시에 발표해서 줄 서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KB에서는 부서장 인사가 난 후 찾아가는 직원은 이미 줄에서 꼴지"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결국 KB금융의 인사 문제는 '외풍'에 흔들리는 지배구조가 핵심 원인이다. 직원들 내부의 청탁·줄서기도 낙하산 관행이 사라진다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게 임직원들의 공감대다.


실제로 KB금융은 외국인이 66%의 지분을 보유한 '민간 기업'이지만, 매번 지주사와 은행장의 CEO에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이 쉼 없이 떨어졌다. 저마다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라며 "외부인사에 대한 터부는 옳지 않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국내 최대 은행이 급격히 쪼그라든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실패' 이외의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결국 안정적인 지배구조 정착과 투명한 인사 시스템 정착이 최우선 과제다. 특히 정권의 '코드' 대신 회사의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CEO가 연임을 보장받는 선례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 CEO인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스스로 선례의 주인공이 되는 게 먼저다. 그리고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KB금융의 CEO들이 오롯이 성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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