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30% 부족한데" 중기 근로시간 단축 속수무책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김도윤 기자, 김하늬 기자 | 2014.04.14 06:30

[근로시간 단축...무방비 中企]인력난 심화에 비용부담까지...설비투자도 여의치않아 '돌파구 막막'

"그동안 회사를 근근이 꾸려왔는데, 근로시간마저 단축되면 정상적으로 회사를 유지할 방법이 없네요. 사업에 회의감마저 드네요."

경기 화성에서 플라스틱 사출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의 말이다. 이 회사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은 130~140여 명이지만, 현재 전체 인력은 그보다 20~30% 부족한 110여 명 수준이다. 올 초에도 전문대 출신 신규 직원 10여 명을 채용했지만, 벌써 절반 정도가 회사를 떠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대규모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인 68시간에 달해 인력을 더 늘려 교대 근무제를 실시해야하는 탓이다. 그나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18억 원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뿐 만이 아니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시 전체 인건비가 현재보다 40% 정도 상승할 수밖에 없어 인건비 부담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A 대표는 "지난해 매출 350억원에 겨우 4억원 흑자를 냈는데 올해부턴 흑자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중소기업의 주름살이 늘고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근로 시간 단축 시 인력난에 인건비 부담까지 겹쳐 급격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서다.

대표적인 곳이 금형, 도금, 단조 등 우리 산업을 지탱하는 뿌리산업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당장 근로 시간 단축 시 인력난이 발등의 불이다. 납기일을 채우려면 인력을 대폭 늘려 교대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 근로가 관행인 이들 기업의 인력 충원은 말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금형업이 66시간, 도금과 단조업이 최대 68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납기일을 맞추려고 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뿌리산업 업체들은 상당수가 영세업체로 수익성이 떨어져 대규모 설비투자도 쉽지 않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 시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 임금은 최소 7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중소기업은 5조339억원 가량(66.3%)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별도로 매년 1조원 넘는 추가 임금 부담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에 위치한 한 중소 도금업체는 현재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 60명 중 20명 정도를 동남아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로 충원하고 있다.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이 65시간 정도여서 근로시간 단축 시 2교대 근무가 불가피하다. 회사 대표 B씨는 "지난해 겨우 적자를 면했는데 근로시간 단축 시 인력 충원과 설비투자 확대에 어려움 겪으면서 인건비 부담은 커지는 '3중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를 줄이기 위해 설비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반도체 장비 업체 C씨는 "2015년까지 경기도에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지만 업황이 불투명해 설비투자가 적자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부작용 우려가 커지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기업 규모나 업종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04년 7월 본격 시행된 주5일 근무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서병문 수석부회장은 "근로시간 단축은 10년 만에 근로 환경의 일대 변혁을 불러올 사안인만큼 기업 규모나 업종 특성에 따라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며 "일률적으로 도입될 경우 근로 환경의 혼선이 빚어지면서 연착륙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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