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가려운 곳 속시원히 긁어주는 '신속즉응팀'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 2014.04.13 06:30

[경찰청 사람들]정지홍 영등포경찰서 신속즉응팀장겸 강력계장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만난 정지홍 신속즉응팀장겸 강력계장(53·경감)/사진=이동훈 기자
# 지난달 26일 저녁 8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선 김모씨(32)는 평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파트 계단에 묶어둔 자전거가 안장만 쏙 사라졌기 때문.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더 당황스러웠다. 김씨는 '너무 사소한 사건을 신고하는 것 아닌가' 잠시 고민하다가 경찰에 도난 신고했다. 불과 며칠 후 김씨는 "안장 도둑을 붙잡았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씁쓸한 마음을 털어냈다.

"사소할 수 있지만 시민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수사. 신속즉응팀이 강조하는 민생 치안입니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사무실에서 만난 정지홍 신속즉응팀장겸 강력계장(53·경감·사진)은 지난 2월 꾸려진 신속즉응팀의 수사를 이같이 평가했다. 팀명의 '즉응'(卽應)은 '즉시 대응'을 강조, 팀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정 팀장은 "시민들은 형사 사건을 언론에서 보도되는 강력 사건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누가 때리거나 차를 긁는 등 자신이 겪는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분을 삭힐 뿐 신고할 생각을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경찰 입장에서도 중요 사건에 주로 집중하다 보면 경미한 사건에 대해 투입할 수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사건 당사자인 시민은 상한 마음도 못 풀고 경찰에 실망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속즉응팀은 지난 2월27일 김상철 영등포서장(총경)과 전우관 영등포서 형사과장(경정) 등이 '우선 순위에 다소 밀릴지라도 시민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민생 치안'을 고민하던 끝에 꾸려졌다. 인원은 기존 형사당직 4개팀에서 형사 각 1명씩을 차출했고 정 계장이 팀장을 맡았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만난 정지홍 신속즉응팀장겸 강력계장(53·경감)/사진=이동훈 기자
팀은 출범 두달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지난 2월 출범 후 4월1일까지 29건을 해결하고, 31명을 붙잡았다. 사건은 자전거 안장 절도부터 차를 열쇠로 긁고 간 연쇄사건 등으로 다양했다. 정 팀장은 "신속 대응으로 사건 해결률을 6배 가량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정 팀장이 신속즉응팀을 맡게 된 배경은 그의 경력과도 관련있다. 2011년 영등포서 강력계장으로 부임한 정 팀장은 경찰생활 30여년의 절반 동안 형사 사건을 수사한 '베테랑' 형사다. '여의도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 영등포 관내의 굵직굵직한 사건 수사를 도맡았다.

정 팀장은 '초기 단서'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신속즉응팀 수사가 강력 사건 수사와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신속즉응팀은 사건 해결률 극대화를 이끄는 초기 단서 확보에 강점이 있다"며 "강력 사건의 초기 수사 대응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속즉응팀의 초기 수사 중 강력 사건의 기미가 보이면 정 팀장의 주도 아래 강력팀이 즉시 투입된다.

정 팀장은 "경범죄에 대한 신속 대응을 통해 전체적인 범죄의 감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사소한 범죄에 즉각 대응하는 것이 결국 강력 범죄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 팀장은 "최근 다른 경찰서 관할 주민이 신속즉응팀의 활약을 보며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며 "사소한 사건으로 속상해 하는 시민들의 시름을 덜 뿐 아니라 경범죄와 강력 범죄를 모두 예방해 치안 틈새를 메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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