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도 DIY 시대…"없던 시장 만들어 창업"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4.04.21 05:31

'팹카페'·'오픈뮤직플랫폼' 국내 1호점 꿈꾸는 김석준·김준익 씨의 당찬 공략법

3차원(D) 프린터를 통해 고객이 주문한 디자인에 맞춰 보석 액세서리를 만들어주는 온라인전문숍 인터넷 주문창 모습

# 여자친구에게 줄 특별한 선물을 고민하던 A씨는 '3차원(D) 프린팅 쥬얼리 온라인전문숍'을 통해 기하학적 패턴이 돋보이는 목걸이를 주문했다. 주문방식은 3D프린트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직접 설계한 디자인 도면을 앱스토어와 같은 웹 저장소에 업로드 하면된다. 다른 사람이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들어 같은 모델을 주문할 경우 A씨는 거래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받게 된다.

# 호프집을 운영하며 대학시절 어깨 너머로 배운 통기타 실력을 손님들께 선보이는 B씨. 최근 알게된 '오픈 뮤직 플랫폼'을 통해 용돈벌이가 꽤 쏠쏠하다고 말한다. 평소 틈틈이 만든 자작곡 중 봄꽃을 주제로 한 음원이 대히트를 치면서 거액의 음원 판매수익금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이 계절이 되면 B씨의 은행계좌엔 '3월의 보너스'(음원수익금)가 들어온다.

두 사례는 실제로 해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너버스 시스템'과 '사운드 클라우드' 등의 회사에서 현재진행형인 DIY(Do it yourself)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사업아이템의 핵심은 '메이크'(make, 만들다) 문화다. 우리나라는 웹 2.0시절부터 인터넷 이용자 4%만이 글을 쓰고 96%는 단지 보기만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DIY에 소극적이다.

그럼에도 이 시장에 도전장을 든 젊은 예비 CEO(최고경영자)들 행보가 눈에 띈다. 게임프로그램 개발자에서 3D프린터 전문가로 전향한 김석준씨와 영국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준익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과거 대성한 구형 사업 모델에서 성공 해법을 찾았다는 점이다.

팹카페 도쿄점/사진=김석준

◇국내 팹 카페 1호점 오픈 앞둔 김석준 씨…"PC방서 힌트 얻어"

김석준 씨는 '팹(fab)카페' 1호점 창업을 준비 중이다. 팹카페란 공작소와 카페를 합친 개념이다.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을 3D프린터로 찍어 내는 동안 커피와 같은 음료를 즐기는 공간인 것. 이미 일본·대만서도 선풍적인 인기다. 유년 시절 '과학상자' 만들기를 좋아한 김 씨에겐 더할 나위 없이 궁합이 잘 맞는 사업모델이다.

김석준 씨/사진=류준영 기자
"처음엔 '메이커스페이스'를 생각했죠. 납땜하는 장비부터 CNC밀링머신 등의 공구들이 갖춰져 있고, 필요한 부품은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국내에선 우주인 후보 고산 씨가 제안한 'SK팹랩'이 유일하죠. '노닥노닥 스튜디오' 등 다른 유사 공간들이 있었지만 운영실적이 저조해 문을 닫았어요. 3D프린터를 능숙하게 다루지도 못하고, 참고할만한 서적도 없으니까 사람들은 '눈팅'만 했죠. '테크 DIY'가 성장할만한 인프라 자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팹카페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김 씨는 팹카페를 PC방에 비유했다. "인터넷 이용료와 모뎀의 부품가가 비쌌던 시절, 인터넷카페 개념의 PC방이 등장하면서 인터넷 공급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잖아요. 이처럼 팹카페도 '테크 DIY' 문화를 사람들 사이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되겠죠"


김 씨는 최근 엔젤투자자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팹카페에선 알록달록한 마카롱 위에 손님의 얼굴을 3D프린터로 찍어 드릴거에요. 팹카페가 안착되면 그때부터 3D 프린팅 쥬얼리 온라인전문숍 등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죠."

◇국내 첫 오픈 뮤직 플랫폼 오픈 앞둔 김준익 씨…"싸이월드에서 힌트 얻어"

"20일 런칭을 앞두고 열흘 간 실시한 '레코드팜' 베타서비스가 누적방문객 4417명을 기록했죠. 이 정도면 해볼만 할 것 같아요." 김준익씨는 삼성전자 글로벌미디어팀 출신. 레코드팜(www.recordfarm.co.kr)은 플랫폼을 주제로 한 박사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연구용'으로 직접 기획·제작했다. 주변 권유로 잠깐 인터넷 상에 열었는데 예상밖의 호응을 얻어 '상업용' 모델 가능성을 보였다.
레코드팜 첫 화면

레코드팜은 '멜론'과 '소리바다'처럼 저작권 있는 음원을 온라인에 유통하는 기존 플랫폼과는 성격이 다르다. 인디밴드 등 기획사나 음반유통회사 투자를 받기 힘든 개인 및 동호회 음악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음악을 올려 자랑하고, 공유하고, 판매도 동시에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해외성공모델은 2008년 10월 개설된 독일의 '사운드 클라우드'를 들 수 있다. 지난해 7월 음악등록자 4000만명을 넘어섰다.
김준익 씨/사진=김준익

유럽·미국 중심으로 세계 유명 DJ들의 96%가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음악을 추천하며, 최근엔 해외 진출이 활발한 국내 연계기획사들도 K팝 해외진출 채널로 적극 활용 중이다.

기존 국내 온라인 음악 서비스는 단방향 형태다. 하지만 레코드팜은 생산·수요자 양면시장에서 확산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정조준했다. 콘텐츠를 지인과 공유하면서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면 그 성장력은 배가 된다는 게 김 씨의 생각이다.

"한국에 아직까지 메이크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친구나 주변지인들과 무언가를 공유하는 소셜문화는 굉장히 발전돼 있어요. 옛날에 많이 이용한 '싸이월드'가 발전한 것도 이런 '소셜문화'를 공략한 덕분이었죠. 저희 레코드팜도 '오픈+소셜' 음악 플랫폼이란 전략으로 이런 난관을 풀어나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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