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5년 8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환율(원화 가치 급등)의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주요기업 대부분이 해외 매출비중이 높아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외환관리위원회'를 두고 매일 오전 환율과 시장동향을 주요 경영진에 보고하고 있다. 환율이 급변동하면 경영진 회의 중요 안건에 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마다 환율을 점검해 경영진에게 보고하고 있고, 삼성전기는 IR이나 자금 담당 부서에서 매일 오전 환율을 챙겨 주요 경영진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손익분기점이 되는 원/달러 환율은 1066.4원이었다. 환율은 이미 비금속 광물(1037.5원)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손익분기점 이하 수준이어서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기업들은 대외적으로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올해 환율 하락이 어느 정도 예상된데다 과거 원가절감 등을 통해 `원고'를 극복한 경험도 있어서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이날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국세청장 초청 정책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환율급락이) 좀 걱정이긴 한데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전자가)사업계획을 세울 때 어느 정도 예상해 놓은 환율 수준은 있다. 환율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보고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머니투데이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포함해 영업이익 상위 30개사의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위험을 분석한 결과, 환율이 10% 하락하는 경우 순이익(법인세비용차감전)이 1조6649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대표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재료를 구매, 외화 부채가 더 많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율 급락의 충격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영업이익 상위 30개사에는 금융회사와 공기업, 지주회사 등은 제외됐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순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기업은 포스코로 나타났다. 환율이 10% 하락하는 경우 순이익이 6312억원 증가했다. 포스코는 외화부채가 11조3000억원으로 외화자산 5조15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현대제철과 SK이노베이션 등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환율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제철의 경우 환율이 10% 하락하면 순이익이 4082억원 늘어나고 SK이노베이션 역시 순이익이 2562억원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원재료를 더 싼 가격에 사 올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해외 현지법인과의 거래가 많은 기업들도 환율이 하락하면 순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해외 현지법인이 한국 본사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현지법인은 외화 부채가 늘어나는 반면 본사는 외화 자산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외화 부채가 많기 때문에 환율 하락시 순이익이 늘어나지만 개별 재무제표를 보면 오히려 순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LG화학의 경우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면 환율이 10% 하락하면 순이익이 483억원 증가하게 된다. 반면 LG화학 개별 재무제표로는 환율이 10% 떨어지면 순이익이 467억원 감소하게 된다. 해외 현지공장에 부품을 보내 조립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경우 연결로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순이익이 445억원 늘어나지만 개별 재무제표로는 274억원 순이익이 줄어든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들도 해외 거래가 대부분이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순이익 영향은 거의 없다. 환헤지를 통해 수주 계약시점에서 미래에 들어올 외화와 지출할 외화를 고정시키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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