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원화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지속 급락하면서 수출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환헷지와 사업포트폴리오의 재편, 기술선도력 유지로 좋은 실적을 올렸고, 삼성전자의 대응은 기업들의 바로미터가 됐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삼성전자는 2007년 2월 윤종용 당시 부회장(CEO)이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환율 800원대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한 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6년 말 원/달러 환율이 929.6원(연말 외환은행 최초고시환율)이었던 시절이다.
윤 부회장은 당시 "바람이 없어 바람개비가 돌지 않을 때 앞으로 뛰어가면 바람개비를 돌릴 수 있다. 고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세트와 부품, 세트와 세트간 시너지 효과를 내서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 938.2원까지 떨어졌던 2007년에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달러를 넘어 1034억달러를 기록했다. 그 당시 전세계 전자업체 중 매출 1000억달러를 넘은 기업은 지멘스와 HP 뿐이었다.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매출은 98조 5080억원으로 직전해보다 15.3% 늘었었다. 또 영업이익은 8조 9730억원으로 직전해보다 0.4% 소폭 떨어지는데 그쳤다.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한 상황에서 그해 4분기에 2000년 이후 처음 본사 기준으로 분기 첫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해 매출은 121조 2940억원으로 직전해보다 23% 늘었다. 영업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4분기 적자를 기록해 연간으로는 32.8% 줄었으나, 6조 320억원을 기록해 경쟁사들에 비해서는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하락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울 때일수록 경쟁사들에 비해 절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의 표준화와 부품 공용화 확대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시장의 다변화를 주도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은데 따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결제통화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줄여나간 것도 선방의 요인이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통화환율 중 달러 결제 비중이 30% 수준으로 나머지 70%는 유로화와 엔화, 위안화, 루블화 등이어서 결제통화 다변화로 달러 하락의 위험성을 회피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는 과거보다는 크지 않다"며 "요즘은 오히려 유로화의 영향에 좀 더 민감하게 실적이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유로화의 경우 1유로당 1440원 선으로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1년사이 1420원~1500원대를 오르내리는 횡보장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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