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돈은 내 돈이라 믿고 자녀를 뇌물로 설득하고...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 2014.04.07 10:40

[줄리아 투자노트]

부모는 자녀가 돈을 아껴 쓰고 저축하는 좋은 금융 습관을 들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자녀에게 좋은 금융 습관을 물러주기는커녕 부모 자신이 여러 가지 재정적인 문제를 갖고 있어 금융 교육을 시킬만한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CNBC에 따르면 미국의 자산관리 회사인 T.로웨 프라이스가 1000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분의 2 이상이 자녀에게 좋은 금융 습관을 키워주는 문제를 "상당히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응답자의 4분의 1 가량은 자기 자신이 "돈을 잘 다루지 못한다"며 자녀에게 금융 교육을 시킬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부모라면 모두 자녀가 성장한 후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녀가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는 온갖 공을 들이면서도 정작 금융이나 재정에 대해 얘기하기는 꺼린다. 정작 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자녀들이 집안의 재정적인 문제에 대해 신경쓰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돈에 대해 자녀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모도 많다.

미국의 재무설계사인 스테이시 프랜시스는 "많은 부모들이 자기 자신부터 돈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들과 돈 얘기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또 "빚이 많거나 간신히 생활비만 메우고 사는 경우 자녀에게 금융 교육을 시킬 자격이 없다고 느끼지만 이런 부모조차 돈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훌륭한 자격이 있다"며 "돈을 벌고 쓰면서 어떤 방법이 돈을 모으는데 효과가 있었고 또 어떤 방법은 효과가 없었는지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녀가 돈에 대해 물어보면 모든 질문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해야 하지만 그럴만한 지식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녀에게 금융 교육을 시킬 때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다. 그저 자녀가 돈과 관련해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격려해주고 반대로 돈을 함부로 쓰는 등 부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는 주의를 주면 된다. 문제는 이 격려와 주의라는 방법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란 점이다.


T.로웨 프라이스의 재무설계사인 스튜어트 리터는 "부모와 자녀, 돈의 관계는 다소 복잡하다"며 무엇보다 부모의 무심하고 사소한 행동이 돈에 대한 자녀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부모는 잔돈을 자녀에게 빌려 쓰는데 자녀에게 빌린 돈을 갚는지 의문이고 어떤 부모는 돈을 보상 수단으로 사용해 사실상 자녀에게 뇌물을 주는 행태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T.로웨 프라이스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량은 자녀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돈으로 매수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 응답자의 3분의 1은 지갑에 현금이 없을 때 자녀의 저금통에서 돈을 빌리는 등 자녀의 돈을 쓴다고 밝혔다.

자녀의 소비 행태가 부모 세대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의 부모 세대가 자랄 때는 용돈을 받아 현금을 쓰거나 남는 돈은 저금통에 모았다가 은행에 넣거나 사고 싶었던 값 나가는 물건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나중에 갚아준다는 말을 믿고 부모에게 저금통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세태는 최근 크게 변했다. 8∼14살 아이들 9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4%가 주로 모바일 앱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며 61%는 온라인을 통해 소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사 대상 부모의 3분의 1 가량은 현금이 "쓸모가 없어졌다"생각했다.

하지만 재무설계사 프랜시스는 여전히 자녀와 돈에 대해 대화를 시작할 때 현금 용돈이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금을 용돈으로 주는 것은 자녀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좋은 방법"이라며 "자녀에게 용돈의 일부를 쓰게 하고 일부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저금하게 하고 일부는 기부하도록 하는 식으로 금융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재무설계사 리터는 일상생활 속에 자녀에게 돈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순간이 많다며 자녀와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돈 문제를 꺼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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