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詩에 대하여'

머니투데이 김주대 시인 겸 문인화가 | 2014.04.04 10:07

<16> 꽃

'나'와 무관한 존재는 하나도 없다. 모든 존재는 해석을 기다리는 의미 있는 기호들이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피부로 접촉한 모든 기호는 몸에 저장된다. '나'의 몸에 기록된 기호와 언어를 채굴하는 일, 그것이 시 쓰기이다. 우리의 몸속에 유폐된 문장들이 원고지 위로 융기할 때의 웅장한 행복이 있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내 몸의 연장(延長)'이라면 거기에도 수많은 기호들이 숨어 있다. 그 중에도 꽃은 가장 아름다운 기호가 아닐까.

"사랑의 첫 번째 법칙은 주관적이다. 주관적으로 질투는 사랑보다 더 깊고 또 사랑의 진리를 포함하고 있다. 즉 질투는 기호를 파악하고 해석할 때 사랑보다도 더 멀리 나아간다는 것이다. 질투는 사랑의 목적지이며 사랑의 최종 도달점이다."

질 들뢰즈의 이 말은 질투에 빠진 남자가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심의 눈빛으로 바라보듯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세상의 모든 사건, 현상, 사물들이 의미 있는 기호로 다가온다는 말이다. 그 기호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질투에 빠진 남자처럼 세상을 열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 때 시는 시작된다. 시는 세상을 꾸미기도 하지만, 세상을 전복시키기도 한다. 시는 이 세계를 살 만한 세계로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세계로 우리를 끌고 가기도 한다. 질투에 빠진 사람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눈이 없는 사람은 손으로 빛을 본다는 말이 있다. 귀가 먼 사람은 눈으로 소리를 듣는다는 말도 있다. 눈은 빛을 보기도 하지만 의미 있는 말을 가장 섬세하게 듣기도 하는 기관인 것이다. 가끔은 귀를 막고 눈으로만 꽃의 말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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