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원짜리 첫 캠핑의 악몽, 옆텐트 민망한 소리에…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 2014.04.03 06:01

[직장인의 '로망'과 '현실'④]'과시욕' 얼룩…캠핑장 법규 미비

아웃도어 열풍과 함께 캠핑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규가 미비해 일부 캠핑장의 경우 위생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자료사진=이미지비트
# 3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거금 250만원을 들여 장만했던 캠핑 장비들을 지난 주말 온라인 장터에 내놨다. 지난해 가을 로망을 품고 떠났던 첫 캠핑이 악몽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야외 바비큐와 모닥불 등에 대한 '환상'을 품고 도착한 캠핑장은 상상과는 달랐다. 음식물 찌꺼기가 널려있는 식수대와 알 수 없는 냄새가 진동하는 샤워장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녁 무렵 A씨의 텐트 주변에 20대 청년들이 자리를 잡으며 소음까지 더해졌다. 애써 기분을 내보려 했지만 시끌벅적한 캠핑장은 애초 생각했던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밤 늦게 시작됐다. 바로 옆 20대 젊은 연인의 텐트에서 민망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혹시나 아이가 들을까봐 음악을 틀어봤지만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한밤 중 텐트를 해제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일부 캠핑족, 과시욕에 '장비 경쟁'

삭막한 빌딩숲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캠핑은 많은 직장인들의 '로망' 가운데 하나다.

'캠핑 마니아'인 30대 직장인 남성 B씨는 "자연에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가족들과의 추억도 만들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 1석3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과시욕에 물든 캠핑족(캠퍼)들이 촉발시킨 이른바 '장비 경쟁'으로 장비 과소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20대 직장인 여성 C씨는 "처음에는 캠핑 자체로 즐거웠는데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장비와 비교하게 됐다"며 "기능상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YWCA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가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과시적 소비경향이 있다"며 "미국, 호주 등은 고가 브랜드 제품보다는 실용적인 제품의 판매량이 높다"고 밝혔다.


◇ 대안으로 '미니멀 캠핑'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캠핑장업'이라는 업종 분류조차 없을 정도로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

지난해 '캠핑장업'에 대한 등록과 시설관리 근거 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광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김윤덕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극히 일부지만, 위생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텐트 간 거리가 지나치게 좁은 캠핑장도 없지 않다.

2011년 친구들과 홍천으로 캠핑을 떠났던 20대 대학생 남성 D씨는 "말이 산이지 바닥을 자갈로 꾸며둔 인공 캠핑장인데다 텐트 간 간격이 2m도 안 돼 옆 텐트 말소리가 다 들렸다"며 "노래와 조명까지 겹쳐 여유는커녕 강남 한복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캠핑족들 사이에는 배낭 하나 만큼의 장비만 꾸려 차가 닿지 않는 숲속으로 떠나는 '미니멀 캠핑'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로 캠핑 5년차인 30대 직장인 여성 E씨는 "여러 캠핑장을 다녀 봤지만 사람들이 많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욕구는 잘 채워지지 않았다"며 "미니멀 캠핑의 경우 몸이 힘들긴 하지만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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